시사한자 71

[유광종의 시사한자] 淫(음란할 음) 亂(어지러울 란)

유광종 앞 글자 淫(음)은 어떤 흐름을 좇아 묻히거나 흘러가며 이어지는 상태나 행위다. 초기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풀이에 따르면 그렇다. 옷감 등에 물을 들이는 일, 즉 염색(染色)의 영역에도 이 글자가 등장한다. 그 다음에 나타나는 뜻이 남녀 사이의 통간(通姦)이라는 의미다. 이어 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마구잡이로 벌이는 행동인 방종(放縱), 탐욕과 탐심, 다시 그런 욕망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미혹(迷惑)의 새김도 얻는다. 침음(浸淫)이라는 단어는 위의 첫 풀이에 해당한다. 어딘가에 깊이 빠져드는 일이다. 오래 이어져 제 범위를 넘어서는 권력을 일컬을 때는 음위(淫威)라고 한다. 끊이지 않고 내리는 장맛비는 음우(淫雨), 음림(淫霖)으로 적을 수 있다...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堂(집 당) 堂(집 당)

동양 사회의 옛 건축을 마주할 때 일반적으로 크고 의젓해 보이는 집채가 있다. 보통은 堂(당)이라는 글자가 붙는다. 옛 동양의 그럴듯한 주택 중에서 공개적인 장소 중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집채다. 그에 견주는 다른 건축이 室(실)이다. 堂(당)은 외부의 손님 등이 집안에 들어와 주인과 마주 앉는 장소다. 우리 한옥에서는 이를 대청(大廳)으로 적기도 한다. 집안 문중(門中)의 제사와 차례를 비롯해 크고 작은 여러 행사가 벌어진다. 그에 비해 室(실)은 비공개 장소다. 외부인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이는 ‘내실(內室)’이라 이해해도 좋다. 철저하게 개인적인 공간이다. 은밀하며 비밀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두 글자를 병렬한 堂室(당실)이란 단어는 공개적인 곳과 깊고 내밀한 곳을 함께 이른다. 《..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監(볼 감) 獄(옥 옥)

인류 역사에서 범죄의 자취는 퍽 길다. 그런 범법자를 거두는 곳이 감옥(監獄)이다. 그러나 이 단어의 등장은 아주 늦다. 중국에서는 청(淸)대 이후에야 지금의 뜻으로 나타난다. 한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현한 단어는 土(환토)다. 흙벽으로 둥글게 두른 형태를 ‘둥글다’는 뜻의 (환)으로 적었다. 다음에 출현해 일반적으로 쓰였던 말은 영어(囹圄)다. 《예기(禮記)》에 등장하는 단어로, 사람을 가축의 우리 등에 가두고 행동을 제약(制約)한다는 의미다. 소나 양을 키우는 외양간을 가리키는 한자 牢(뢰)도 나중에 감옥을 뜻하는 글자로 발전했다. 말을 가둬서 기르는 (어)라는 글자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가축을 기르는 곳에 죄 지은 사람을 가두는 게 관행이었던가 보다. 獄(옥)은 주로 일반 사람들 사이에 벌어..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戰(싸울 전) 爭(다툴 쟁)

이 단어를 이루는 글자는 모두 ‘다툼’과 관련이 있다. 戰(전)은 화살을 날리는 활과 관련 있는 單(단)이라는 글자 요소와 상대를 찌르는 창인 戈(과)의 합성이다. 爭(쟁)은 아래 위 글자 요소 모두 사람의 손을 가리킨다. 두 손이 하나의 물건을 두고 다투는 모습이다. 전쟁은 대단위 싸움이다. 그보다는 스케일이 작지만 나름대로 제법 큰 규모를 갖춘 싸움은 전역(戰役)이다. 영어로 할 때 전쟁은 ‘war’, 전역은 ‘campaign’으로 옮긴다. 그 밑은 전투(戰鬪)다. 영어로는 ‘battle’이다. 그보다 못 미치면 교전(交戰)이다. 영어는 ‘engagement’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을 일컫는 한자 낱말은 퍽 많다. 그만큼 한자 세계를 이루는 큰 바탕 하나가 전쟁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도병(刀兵..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局(판 국) 面(낯 면)

유광종 다툼이나 겨룸의 흐름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국면(局面)이다. 본래 局(국)이라는 글자는 사람 또는 시신이 좁은 공간에 갇히거나 억지로 몸을 구부린 상태를 가리켰다고 추정한다. 그로부터 좁은 공간, 억눌림의 뜻을 얻었다고 본다. 공간이나 장소라는 맥락에서 방송국(放送局), 억눌림의 새김에서 국한(局限)이라는 단어들을 떠올리면 좋다. 그로부터 좁은 공간에서 일정한 제한을 두고 벌이는 게임 또는 싸움의 뜻, 나아가 게임이 벌어지는 판이라는 뜻도 함께 얻었다. 바둑이나 장기를 두면 대국(對局), 그런 상황을 판국(版局), 다툼의 모양새를 형국(形局), 때가 빚어낸 여러 그림을 시국(時局), 정치인의 싸움 모습을 정국(政局), 어려운 경우를 난국(難局), 커다란 판도를 대국(..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省(살필 성) 察(살필 찰)

유광종 진지하게 뭔가를 살피는 행위를 가리키는 글자의 조합이다. 앞의 省(성)은 사람의 눈(目)과 돋아나는 식생(生)이라는 글자 요소가 합쳐졌다. 그러니 뭔가를 뚫어지게 주시하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다음 글자 察(찰)은 신성한 제의(祭儀)와 그를 가두는 집이나 공간()이라는 요소의 합성이다. 따라서 신의 계시 등을 다루는 조심스러운 행위, 더 나아가 살피고 따져보는 일의 새김을 얻었다고 풀 수 있다. 살피는 행위를 업으로 삼는 현대의 직종이 검찰(檢察)과 경찰(警察)이다. 검찰은 ‘검사해 살피는 일’이다. 위법이나 탈법의 사례를 적발하는 행위, 즉 검거(檢擧)에 이어 그 대상자의 잘못 유무를 깊숙이 살핀다는 엮음이다. 경찰(警察)은 경계하다는 뜻의 ‘警(경)’이라는 글..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風 (바람 풍) 雨 (비 우)

유광종 비 앞에 먼저 닿는 기상(氣象)의 하나가 바람이다. 바람은 그래서 비를 부르는 조짐이다. 바람과 비, 풍우(風雨)는 한자세계에서 새로 닥칠 변화, 나아가 일상의 안온함을 깨는 위기의 요소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그와 유사한 표현이 많다. 풍운(風雲), 풍상(風霜), 풍림(風霖)이 우선 눈에 띈다. 바람에 이는 물결을 적은 풍파(風波)와 풍랑(風浪)도 맥락이 같다. 풍설(風雪)은 겨울에 내리는 눈으로 비를 대신한 표현이다. 풍진(風塵)도 같은 흐름이다. 오래전에 유행한 가요의 “이 풍진 세상을…”이라는 가사에 등장하는 단어다. 바람 거세 먼지 휘날리는 세상살이다. 닥칠지 모를 변화와 위기에 늘 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만성풍우(滿城風雨)라고 적는 성어가 있다. ..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春(봄 춘) 雨(비 우)

솔직히 ‘봄비’가 더 좋다. 그에 상응하는 한자 단어 ‘춘우(春雨)’보다 말이다. 그럼에도 한자세계의 비 종류는 제법 풍성하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는 물은 강수(降水)다. 보통은 눈과 비로 나뉜다. 비는 구름에서 만들어지는 까닭에 雲子(운자)라고도 적는다. 날씨 때문에 차갑게 내리는 비는 동우(凍雨)와 냉우(冷雨)다. 땅을 촉촉하게 적시는 가랑비는 세우(細雨)다. 수많은 말이 대지를 달릴 때의 모습을 떠올려 지은 말은 취우(驟雨)다. 마구 쏟아지는 소나기다. 갑작스럽게 내려서 급우(急雨)라고도 적는다. 소나기 형태로 더욱 오래 퍼부어 피해를 내는 비가 폭우(暴雨)다. 비의 양이 많으면 호우(豪雨)다. 분우(盆雨)라는 단어도 있다. 그릇을 거꾸로 기울일 때 쏟아지는 물처럼 내리는 비, ‘경분대우(傾盆大雨..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夏(여름 하)

유광종 꽃이 좋고 열매도 많이 맺는 나무는 뿌리가 깊단다. 한글 창제에 이어 만든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한 대목에 따르면 그렇다. 원문에서 ‘열매’는 ‘여름’으로 나온다. 이 여름과 우리가 지금 맞이하려는 계절 여름은 상관이 있다. 본래는 여름이라는 낱말이 해(日), 나아가 농사를 통해 열매를 가꾸는 일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여름은 일조량이 가장 풍부해 농사가 활발해져 열매를 맺는 계절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여름을 가리키는 한자 夏(하)의 초기 형태를 보면 사람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손에는 칼이나 낫으로 보이는 기물(器物)을 들고 있는 꼴이다. 따라서 농사일에 열심인 사람의 모습이라고 푼다. '에어컨 이불'로 여름나기 [..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景(볕 경) 致(이를 치)

유광종 자주 쓰는 말이지만 풀이가 조금 헛갈린다. 景(경)은 의미가 뚜렷하다. 해를 가리키는 日(일)이 있고, 그 밑에 높은 누각인 京(경)이 붙었다. 따라서 ‘높은 누각에 내리쬐는 햇빛’, ‘눈에 잘 드러나는 모습’ 등의 뜻을 우선 얻었다고 본다. 우뚝함, 늠름함, 크고 대단함의 맥락이다. 그로써 번지는 조어(造語)는 적지 않다. 우선 경관(景觀), 경색(景色), 광경(光景), 경물(景物), 풍경(風景), 배경(背景), 전경(全景) 등이 있다. 조선왕조의 정궁이었던 경복궁(景福宮)도 새겨볼 만하다. 여기서 景(경)은 ‘크고 우람함’의 맥락이다. ‘경복’은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말로, 크고 오래 누리는 복을 가리킨다고 했다. 경치(景致)의 나중 글자 致(치)는 무엇인가 이..

시사한자 2021.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