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가을은 은행나무가 단풍으로 곱게 물드는 계절이다.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이라 일컫는 독특한 식물이다. 비슷한 종(種)은 오래전에 멸종했지만 홀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유럽 언어권에서 Ginkgo(징코)라고 한다. 이 이름에는 사연이 있다. 독일 태생의 식물학자이자 의사였던 엥겔베르트 켐퍼(Engelbert Kaempfer· 1651~1716)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의사로 고용되어 1690년부터 1692년까지 일본의 나가사키에 체류했다. 1695년 고향에 돌아간 그는 일본,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여 1712년 '회국기관'(廻國奇觀·Amoenitates Exoticae)이라는 박물지(博物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