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 70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61>리스크에 투자하라

추사 김정희가 1844년 제주도 유배 당시 그린 ‘세한도‘. 그를 찾아온 제자 이상적의 의리를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해 그린 것이다.삶은 계속되는 리스크(위험 요소)와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리스크는 부담스러운 존재지만 그것이 없으면 발전도, 이익도, 확장도 없다. 리스크 감당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리스크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리스크에 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제나라 맹상군은 백성에게 약간의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자 회수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러자 맹상군 집에 머물던 식객 중 한 명인 풍환이 “이자를 받아 오겠다”고 했다. 맹상군이 “그러라”고 하자 풍환이 질문했다. “이자를 받으면 뭘 사올까요?” 맹상군은 “어떤 것이든 좋으니 이곳에 부족한 것을 사..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62>머리로 상황을 재지 마라

상대방의 리스크를 감당할 때 머리로 상황을 재지마라.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야 은혜와 의리로 되돌아올 수 있다.타인의 리스크(위험 요소)를 먼저 감당해주면 ‘은혜와 의리’로 되돌아와 당신의 리스크를 감당해준다. 하지만 리스크 감당의 정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저 형식적으로 도움을 줄 것인가, 아니면 진심으로 타인의 어려움을 배려해 그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도와줄 것인가. 또 상대가 필요로 하는 ‘최소치’만 감당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기할 수 있을 정도의 ‘최대치’까지 감당할 것인가. ‘사기’의 ‘골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순우곤은 워낙 익살스럽고 말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초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위나라로 쳐들어가자 위나라 왕이 그를 불렀다. “황금 100근과 수레 10대를 내어줄..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63>누구를 앞서 갈 것인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경쟁자가 아닌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인생은 곧 경쟁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경쟁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경쟁할 때 늘 타인을 전제해 왔다. 타인과 싸우고 타인을 이겨야지만 그것이 비로소 승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마음으로 경쟁하게 되면 조바심과 불안이 생겨나고 결국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한다. 처음부터 지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조나라 양왕이 늘 수레 몰기 경기에서 왕오기에게 패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양왕은 수레 모는 기술이 부족했고 이에 대한 교육을 왕오기로부터 받았다. 둘이 경주를 할 때마다 매번 양왕이 졌다. 이에 양왕이 불만스럽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내게 수레를 모는 방법을 알려..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64>‘멜팅팟’이 돼라!

파란 반쪽도 똑같은 사과가 될 수 있다. 기존에 자신이 가진 편견을 파괴하지 않고선 변화도,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타인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고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신에 대한 집중이 자칫 자신의 편견을 고수하는 게 될 수도 있다.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명분으로 타인의 조언을 듣지 않고, 기존에 형성된 행동이나 사고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다면 지금과 같은 시대에 승리를 이어 나가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편견의 항아리’를 깨고, 모든 것이 융화되고 뒤섞이는 ‘융합의 항아리(멜팅팟·melting pot)’가 돼야 한다. 서한시대 정치가였던 가의는 황제의 측근에서 황제의 눈을 어지럽히는 무리를 늘 주시하고 있었다. 가의는 그들의 죄상을 어떻게든 황제에게 알리고 싶..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65>‘관계의 아우라’

관계의 아우라는 타인의 실수마저 껴안고 용서해주는 데서 시작한다.‘아우라(aura)’는 어떤 인물이 가진 독특한 광채나 기운 같은 것을 의미한다. 최초에 이 말은 독일의 미학자인 발터 베냐민이 ‘작품과 관객 사이에 작용하는 은밀한 교감’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그런데 아우라는 작품과 관객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라는 일반적인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관계의 아우라’를 가진 사람은 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고, 그들의 자발적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즉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춘추시대 초나라의 장왕이 전쟁에서 돌아온 부하들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벌였다. 밤늦도록 술과 안주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광풍이 불어와 촛불이 전부 꺼지고 말았다. 그런데 불현듯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66>아우라와 존재의 가치

모든 분쟁은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올초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 분쟁으로 일제히 조업 중단에 들어간 레미콘 공장.‘관계의 아우라’를 갖춘 사람은 많은 이가 따르려고 한다. 그들과 지속적으로 함께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즉, 관계의 아우라를 좀더 강화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정나라와의 결전을 하루 앞둔 송나라의 대장 화원은 군사들에게 푸짐한 양고기 요리를 줄 것을 명령했다. 지치고 힘든 전장에서 오랜만에 맛본 양고기는 그들을 무척 기쁘게 했다. 하지만 화원은 자신의 마차를 몰던 양짐에게는 양고기를 먹지 못하게 했다. 어느 부하가 그 까닭을 묻자 화원은 이렇게 답했다. “마부는 전쟁과 상관이 없지 않나. 굳이 그에게까지 양고기를 줄 필요는 없네.” 다음 날 정나라와의 전쟁이 ..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67>채우지 않는 지혜

술이 7할 이상 차오르면 구멍으로 빠져 나가게 만든 계영배.욕망이 가진 기본적 특징 중 하나는 ‘확장’이다. 더 큰 것을 더 많이 가짐으로써 스스로 외연을 확장하고자 한다.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라는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지만, 때로는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곤란에 빠뜨리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열자(列子)’의 ‘설부편’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전국시대 호구라는 마을에 사는 한 노인이 초나라의 대부 손숙오에게 물었다.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원망의 대상이 있습니다. 혹시 그에 대해 아십니까?” 손숙오가 고개를 가로저으니 노인이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직위가 높은 이를 질투하고 많은 녹을 받는 관리를 원망합니다. 또 임금은 벼슬이 높으면서도 현명한 신하를 싫어하지요.” 손숙오가 말했다. “..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68>승자의 함정

2006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리스 위더스푼. 그는 수상 후 남편 라이언 필립과 이혼하는 이른바 ‘승자의 함정’에 빠졌다.욕망을 가득 채우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가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힘과 에너지 등 강하고 넘치는 것만이 우리를 전진하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부족이 더욱 도움이 되기도 한다. 주역의 건괘(乾卦)에서는 사람이 가진 기운의 단계를 용의 승천에 비유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잠룡이다. 연못 깊숙이 잠복해 있는 용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으므로 덕을 쌓으며 기다려야 한다. 두 번째는 현룡이다. 땅 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내 군주의 신임을 받고 덕을 널리 행하여 백성을 감화시킨다. 세 번째는 비룡이..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69>후퇴의 공격

스포츠 경기는 물론이고 인생에서도 좌절감은 객관적인 판세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을 무너뜨린다. 일보 후퇴할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말자.우리는 후퇴를 치욕적인 일로 생각한다.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후퇴는 곧 침체이자 실패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퇴와 전진, 실패와 성공은 동일한 것의 다른 면모일 수도 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인 것처럼 후퇴는 전진을 위한 또 다른 기회이자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삼국지’의 조조가 유비의 근거지인 한중을 탈취하기 위해 북산으로 군량미를 옮기던 중이었다. 유비의 부하인 조자룡이 군량미를 뺏기 위해 출발했지만 정작 그를 막아선 것은 조조의 막강한 군사였다. 그러자 조자룡은 후퇴를 하면서도 공격을 계속했다. 아군의 성으로 돌아와서는 성문을 걸어 잠그기는커녕 오..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70·끝>강함을 숨겨라

싸움을 하기 직전까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는 맹금류처럼 자신의 강함을 숨겨야 경쟁사회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정체된 상황에서 심리적 좌절감을 극복하고 전진하기 위해선 ‘후퇴의 공격’이 필요하다. 이런 후퇴의 공격에선 자신의 강함을 숨기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한다. 타인이 그것을 인정해 주는 것 자체로 만족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심리적인 만족감일 뿐 판세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때로는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초한지’에서 방연에 대한 손빈의 복수극은 강한 사람이 왜 자신의 강함을 숨겨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손빈은 동문수학했던 방연의 배신으로 얼굴에 먹물을 새기는 형벌을 받았고 두 다리까지 다쳤다. 손빈이 처절한 복수극을 다짐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