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 70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41>가차 없이 잊어라

우리 시대 창의적 사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전진했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세상과 싸워 나가려면 과거를 냉정하게 잊을 수 있어야 한다. 뒤돌아보면 아쉬워지고, 아쉬우면 그리워하게 된다. 그러면 운명에 용감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의 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후한 시대에 맹민이라는 이가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시루를 등에 지고 걷고 있는데, 갑자기 시루가 땅에 떨어져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기만 했다. 이 모습을 본 곽태라는 자가 그를 불러 세웠다. 맹민의 행동이 사뭇 기이했기 때문이다. “시루가 깨졌으면 한 번 정도는 돌아보고 아쉬워할 것 아닌가. 자네는 어찌하여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는가?” 맹민이 대답했다..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42>판을 뒤집는 역발상

자신이 죽은 후에도 ‘가짜 공명’을 내세워 적을 교란시킨 제갈공명. 삶의 모든 고민은 ‘선택지’가 줄어들었을 때 생겨난다. 선택지가 줄면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에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럴 때 선택지를 늘리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판을 바꾸는 것’이다. 자신이 처한 제한적인 환경과 구도를 거부하고 전혀 다른 차원의 발상을 하게 되면 의외로 고민이 쉽게 풀린다. ‘삼국지’의 천재적인 전략가 제갈공명은 바로 이런 방법을 통해 수없이 많은 적을 물리쳤다. 공명은 사마의와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다 결국 병이 들어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사마의는 천문을 읽으며 공명의 죽음을 예견했고 마침내 그가 죽자 뛸 듯 기뻐했다. 그리고 지체 없이 유비 진영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그런데 군대 사이로 평소에 공명..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43>승리에 대한 역발상

상대방으로부터 진심 어린 충성을 얻어내는 건 전쟁뿐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승리'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늘 경쟁을 하고 산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이런 삶의 환경과 구도를 다르게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제갈공명이 보여준 ‘판을 뒤집는 역발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힌트를 준다. 제갈공명의 천재적 작전 중 하나가 바로 남만 정벌에서 유래한 ‘칠종칠금(七縱七擒)’이다. 남만지역의 우두머리인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았다가 일곱 번 풀어줬다는 이야기다. 당시 공명은 남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지역이 워낙 먼 데다 황량해서 한 번 정복한다고 해서 완전한 ‘내 땅’이 되기는 힘들다는 점이 문제였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 번 이긴다 해도 나중에 다시 반란이 일어날 경우 군사를 ..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44>포커페이스의 중요성

포커페이스는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원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타인에게 비칠 때 누구나 답답한 마음이 들 것이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고, 설사 설명한다 해도 믿어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포커페이스(무표정한 얼굴)’라는 방법을 택해보자. 전국시대 병법가 오기(기원전 440년∼기원전 381년)는 뛰어난 군사전략가로 정평이 났다. 그가 위나라를 섬기기로 하자 위 문후는 그를 대장군에 임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문이 퍼지자 군사들은 그의 모습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8척 장신에 소리를 한번 지르면 나무들도 벌벌 떤다는 소문이 진실처럼 퍼져 나갔다. 하지만 정작 오기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누가 오기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외모가 볼품없었기 때문..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45>“쇼맨십을 발휘하라”

2012 런던 올림픽 역도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의 김은국 선수. 김 선수의 다양한 쇼맨십은 그에 대한 친밀감과 선호도를 높여줬다. 누군가 당신을 지나치게 경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땐 ‘쇼맨십’이라는 전략적 대처가 필요하다. ‘삼국지’의 유비는 자신의 드넓은 야망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전 조조의 수하로 들어간 적이 있었다. 조조는 유비를 좌장군에 임명하고 극진하게 보살폈다. 그러면서도 유비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았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조조는 유비와의 술자리를 마련하고는 기습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천하제일의 영웅은 누구입니까?” 유비가 순진한 척 주섬주섬 당대의 인재와 호걸의 이름을 대자 조조는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천하의 영웅은 그대와 나, 둘뿐이오!” 유비는 생..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46>시작하라, 지금 바로!

자전거 타기 역시 머리로 100번 생각하는 것보다 직접 한 번 타보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대개 ‘확신-준비-행동’이라는 정형화된 과정을 거친다. 행동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사숙고하는 것을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빛의 속도로 변하는 오늘날에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이미 상황이 변하고 목표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한나라에 이광(李廣)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활 쏘는 실력이 탁월해 그에 비견할 자가 없었다. 성품 또한 과묵하고 청렴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그는 아무리 적이 가까이 있어도 명중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절대로 활을 쏘지 않았다. 신중한 자세는 본받을 만했지만 합동 작전에서는 ..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47>승리를 위한 ‘원앙진’

동료와의 협력은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세상엔 ‘나보다 잘난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자신감도 없어지고 전의도 상실된다. 하지만 이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홀로 싸우는 게 아니라 타인들과 함께 힘을 합쳐 나 자신을 거인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16세기 명나라는 왜구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당시 일본이 만들어낸 일본도가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다. 가볍고 단단하면서도 날카롭기로 유명한 일본도, 단번에 사람 몸통을 가를 수 있도록 제작된 이 칼은 명나라 군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자 명나라의 전설적 명장 척계광(戚繼光·1528∼1588)은 일본도의 위력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군사배치법인 ‘원앙진(鴛鴦陣)’을 만들었다. 12명이 하나가 되어 각각 방패, 사슴뿔..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48>믿음의 혈맹

승리를 위한 ‘혈맹’을 맺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믿음이다. 승리를 위한 ‘혈맹’을 맺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믿음이다. 이 믿음은 게임과 비슷한 특성을 지녔다. 게임은 내가 어떤 패를 내느냐에 따라 상대가 내는 패가 달라지고, 반대로 상대의 패에 따라 나의 패도 달라진다. ‘삼국지’ 3대 전투 중 하나로 불리는 관도대전. 원소가 10만 대군을 이끌고 조조를 공격할 때 조조의 부하 정욱은 고작 700여 명의 군사를 데리고 전방의 성을 방어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욱이 목숨을 잃는 건 시간 문제였다. 사태를 직시한 후방의 조조가 수천 명의 군사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정욱은 이에 반대했다. 그는 조조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저를 지원하지 마십시오. 지원군이 오면 원소는 반드시 우리를 공..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49>‘아레테’를 원하는가?

반복과 훈련은 탁월함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누구나 자신의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그 탁월함에 이르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이나 오묘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북송 시대의 진요자(陳堯咨)는 활쏘기의 명수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아주 먼 거리에서도 동전 구멍을 맞힐 만큼 실력을 갖춰 당대에는 겨룰 자가 없었다. 자부심도 대단했다. 어느 날 진요자가 자기 집 뜰에서 활을 쏘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그의 활 솜씨에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유독 한 기름장수 노인만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요자가 의아해하며 그에게 물었다. “혹시 그대는 나보다 더 활을 잘 쏘는가? 아니면 내 활 솜씨가 훌륭하지 않단 말인가?” 노인이 ..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50>“타인과 비교하지 말라”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는 ”내 경쟁상대는 유일하게 나 자신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레테(aret´e), 즉 탁월함을 향해 가는 길에서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아레테가 ‘타인과의 비교’에서 완성된다, 즉 내가 남보다 잘하는 점이 있으면 그것이 바로 나의 탁월함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레테로 가는 길에서 타인이란 스쳐 가는 풍경, 혹은 작은 장애물에 불과하다. 정작 자신이 넘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장자(莊子)’의 ‘양생주(養生主)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포정이라는 뛰어난 요리사가 문혜군 앞에서 소를 잡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문혜군이 그 모습을 보니 참으로 신기했다. 손을 대고, 어깨를 기울이고, 발로 짓누르고, 무릎을 구부려 칼을 부리는 솜씨가 신기에 가까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