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 70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31>소통의 스타일

상대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달라질 수 있어야 진정한 소통의 달인이다. 동아일보DB 누구나 타인과의 긍정적인 소통을 원한다. 하지만 ‘소통이 잘되지 않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자신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성심성의껏 소통하려고 하는데, 도통 상대가 자신과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거나 혹은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대개 이럴 때 소통을 포기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안합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위나라 태자의 스승이 된 후 거백옥이라는 사람을 찾아가 물었다.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는 무례하고 천박합니다. 그와 함께 어떤 일을 도모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지경입니다. 그가 가진 지혜는 남의 잘못을 잘 들춰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물론 ..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32>일관성을 흔들어라

다양한 변화를 꾀하는 건 현대사회에선 덕목이 될 수 있다. 스스로 고정된 생각에 매몰된 건 아닌지 의심해보자. 우리는 일관성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한다. 특히 일관성은 신뢰성과 결합해 사람의 말과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처음에 한 말과 나중에 하는 말이 다르지 않아야 사람과 그 사람의 말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고사성어가 바로 ‘조령모개(朝令暮改)’다. 전한(前漢) 문제(文帝) 때 변방에 흉노족이 자주 침략해 약탈을 자행했다. 이를 막기 위해 농민들은 수비대로 나서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식량이 부족해졌다. 그러자 정부는 인근 농토에서 농민들이 있는 변방으로 곡식을 옮기는 사람을 뽑아 그들에게 벼슬을 주기로 했다. 이를 보고 한 관리가 ‘조령모개’라고 비판했다. 이..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33>모방, 창의성의 출발점

‘마법천자문’에 등장하는 손오공 캐릭터. 말과 행동이라는 ‘구슬’이 일관성이라는 ‘실’로 연결돼 한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그렇기에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우선 ‘모방의 힘’을 빌려 보자. 동양고전에서 모방의 귀재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서유기’의 손오공이다. 장편 신괴(神怪) 소설로 불리는 서유기는 손오공이 요괴의 방해와 수많은 고난을 극복하고 결국 부처가 된다는 내용이다. 손오공은 개구쟁이인 데다 때로는 오만하지만 때로는 스승인 삼장법사에게 굴욕을 당하는 캐릭터다. 그런데 손오공은 무려 72가지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둔갑술(遁甲術)’을 지녔다. 이는 요괴와 싸우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둔갑이란 자신의 원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모방하는 것을 의미..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34>노는 인생을 위하여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노동과 놀이의 경계를 허물고 일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동아일보DB 우리의 삶은 일과 여가로 나뉜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일을 한 후 퇴근과 함께 여가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런 이분법적 구분은 고전경제학의 시각에 근거하고 있다. 일을 할 때 여가, 즉 놀이는 방해가 되고 놀이를 즐기는 데에 일은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여기에 인내와 절제라는 청교도적 가치가 결합되면서 일과 놀이는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분리됐다. 하지만 현대는 이러한 일과 놀이에 대해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일을 놀이처럼 하고, 놀이하듯이 일을 하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이 대두되고 있는 것. 유일하게 노벨물리학상을 2회나 수상한 존 바딘(1908∼1991)은 열 살 때부터 마치 오락을 하듯 수학문..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35>결과의 강박에서 벗어나라

결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때 결과가 좋아진다. 동아일보DB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되려면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결과의 강박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과정과 결과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대개 결과에 많은 비중을 둔다.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이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위로하는 방편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놀이에서만큼은 그 비중이 완전히 달라진다. 놀이는 그 자체로 유희를 즐기는 것이기에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제대로 된 놀이’를 하기 위해선 결과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공자가 제자들을 모아 놓고 질문을 던졌다. “너희들은 평소에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못한다’고 말하곤 했다. 만약 세상이 너희들을..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36>계획 대신 변칙으로

지나친 계획은 독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계획에 익숙하다. 계획은 자신의 행보를 확정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응하는 수단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계획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계획 자체가 미래를 고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은 때로 순발력과 변칙적 행동에서 멀어지게 함으로써 자신을 특정한 경로에서 이탈되지 못하게 한다. 즉, ‘계획 이상의 창조적 삶’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조나라에 조괄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병법을 익힌 그는 ‘영특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는 아내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조괄은 큰 전쟁에 나서면 안 되오. 조괄은 이론에는 뛰어나지만 결코 그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오. 만일 조괄이 나라의 존망이 달린 전쟁에서 장수가 된다면 나라에 큰 위험을..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37>야생의 정신을 되찾아라

정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야생의 힘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도 필요하다. 창의적인 삶을 살기 위해선 광폭한 정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들지 않는 야생의 정신을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 이는 기존 이론과 현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그것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용기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나라 사람 성양감에게는 성양뉵이라는 아들이 한 명 있었다. 어려서부터 귀하게 컸지만 상황 파악이 빠르지 않았고, 어떤 행동을 하든 무척 더뎠다. 어느 날 성양감의 집에 불이 났다. 지붕이 타들어 가는 상황에서 사다리가 급하게 필요했다. 하지만 집에 사다리가 없었고 성양감이 아들에게 옆집에 가 사다리를 빌려오라고 말했다. 성양뉵은 맨발로 뛰어가도 모자랄 판에 방에 들어가 의관을 갖추기 시..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38>외로움의 힘

외로움은 베토벤을 절망이 아닌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이끌었다. 누구나 외로움을 싫어한다.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에서 배제됐다는 느낌은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을 넘어 부정적인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로움이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간의 강한 내적 힘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금(金)나라 때 유기(劉祁)가 지은 ‘귀잠지(歸潛志)’에 ‘십년한창(十年寒窓)’이라는 어구가 등장한다. 뜻은 다음과 같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10년 동안 차가운 창문 아래에서 찾는 이 없어도, 한번 이름을 날리면 온 세상이 다 알게 된다(古人謂 十年寒窓無人問, 一擧成名天下知).” ‘한창(寒窓)’이라는 말을 직역하면 ‘차가운 창문’이다. 사람의 온기가 없다는 뜻이다. 차가운 창문 아래에서..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39>고독은 승리의 조건

[ 고독은 또 다른 정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완투패 후 쓸쓸히 걸어나가는 한화 류현진 선수. 동아일보DB 사람의 감정에는 높낮이가 있다. 흥분과 기쁨으로 들뜰 수도, 슬픔과 외로움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감정을 파도에 비유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감정적 높낮이는 단지 한 개인의 마음속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표출되고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고사성어 중 ‘교병필패(驕兵必敗)’와 ‘애병필승(哀兵必勝)’이란 말이 있다. 두 고사성어는 시대적 배경이나 출처가 완전히 다르지만 모두 감정의 높낮이를 승패의 원인으로 다루고 있다. 기원전 68년 전한(前漢)의 선제는 차사국을 정복한다는 오랜 꿈을 이뤘다. 전한의 장수인 정길과 사마희가 차사국으로 진격해 적의 항복을 받아낸 것. 선제의 군대는 ..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40>운명을 받아들여라

오디세우스는 항상 자신의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동아일보DB 누구나 한 번쯤은 지금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불만을 가져봤을 것이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건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현재도 만족스럽지 않고 개선해야 할 게 많은데 미래의 청사진까지 보이지 않는다면 이 상황이 우리를 힘들게 할 것임에 틀림없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에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진퇴양난(進退兩難)’과 같은 의미다. 오디세우스는 사람을 홀리는 마녀 세이렌의 치명적인 노래를 뒤로하고 두 개의 절벽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쪽엔 6개의 머리를 지닌 스킬라라는 괴물이 있고, 다른 한쪽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인 카리브디스가 있다. 마법에 능한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