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49

[횡설수설/이진영]세계 최고의 직장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진영]세계 최고의 직장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2-10-14 03:00업데이트 2022-10-14 08:19 세계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업의 대명사는 한동안 구글이었다. 높은 지명도에 멘토링 기회, 호텔 뷔페 수준의 공짜 구내식당, 근무시간의 20%를 자기 계발에 쓸 수 있는 자유로운 조직 문화가 지원자들을 자석처럼 빨아들이면서 270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적도 있다. 그런데 구글보다 더 선망 받는 직장이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세계 최고의 직장’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57개국의 다국적 기업 임직원 15만 명을 대상으로 4000여 개 기업의 영향력과 이미지, 인재 육성 프로그램, 임금 수준, 근무 여건을 평가하게 해 가..

횡설수설 2022.10.14

푸틴, 광기인가 오판인가 [횡설수설/이정은]

푸틴, 광기인가 오판인가 [횡설수설/이정은] 이정은 논설위원 입력 2022-10-13 03:00업데이트 2022-10-13 09:56 “닉슨 대통령이 요즘 스트레스가 많다. 밤에 종종 술을 마신다.” 미국이 베트남전 출구 전략을 모색하던 1970년대 초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소련의 협상 상대들에게 이런 내용을 흘렸다. “통제 불가능하니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충동적으로 변한 닉슨이 언제라도 핵 단추를 누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미국은 이렇게 소련을 움직여 북베트남을 협상장에 나오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치광이 전략(The madman theory)’은 자신을 비이성적인 위험인물로 포장한 뒤 협상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전략이다. 예측 불가능한 극단적 선택을..

횡설수설 2022.10.13

[횡설수설/송평인]노벨상 받은 ‘헬리콥터 벤’

[횡설수설/송평인]노벨상 받은 ‘헬리콥터 벤’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22-10-12 03:00업데이트 2022-10-12 03:28 ‘불확실성의 시대’(1977년)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1927년 대폭락’(1955년)에서 주장한 이후 대공황의 원인으로 상식처럼 굳어진 견해가 투기 과열과 이로 인한 주식시장의 붕괴다. 그러나 밀턴 프리드먼은 1963년 안나 슈워츠와 함께 ‘미국 통화의 역사, 1867∼1960’이라는 책을 써서 대공황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서툰 긴축 통화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통화주의의 시작이다. ▷프리드먼의 90세 생일을 축하하는 학술 행사가 2002년 열렸다. 당시 연준 이사였던 벤 버냉키는 그 행사에 참석해 “..

횡설수설 2022.10.12

[횡설수설/이진영]또 수신료 내리는 NHK

[횡설수설/이진영]또 수신료 내리는 NHK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2-10-11 03:00업데이트 2022-10-11 08:25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Q84’ 남자 주인공의 어릴 적 별명은 ‘NHK’다. 주말마다 NHK 수신료 징수원인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왕따가 돼 얻은 별명. 그만큼 NHK 징수원은 악착같이 수신료를 걷는 직업으로 악명 높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에선 수신료 미납자 처벌 규정이 없어 징수원의 역할이 크다. 덕분에 수신료가 꾸준히 올라도 납부율은 80%대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2000년대 중반 내부 스캔들이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04년 인기 프로인 ‘가요홍백전’ PD와 NHK 서울지국장을 지낸 직원이 거액의 제작비를 빼돌린 비리가 폭로됐다. 이듬해엔 2001년 방송된 ..

횡설수설 2022.10.11

칠곡 할매 글꼴[횡설수설/우경임]

칠곡 할매 글꼴[횡설수설/우경임] 우경임 논설위원 입력 2022-10-10 03:00업데이트 2022-10-10 11:00 “폰트가 뭐꼬?” “비누 뭐 이런 거 만드는 거라예?” 폰트가 뭔지도 몰랐던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문서 작성용 글꼴로 만든 칠곡 할매 글꼴 5종이 MS오피스에 탑재된다. 지난해 먼저 탑재된 한컴오피스에 이어 MS워드와 파워포인트에서도 곧 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칠곡 할매 글꼴은 경북 칠곡군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깨친 김영분 권안자 이원순 이종희 추유을 할머니가 각각 필사를 한 1만 장의 손글씨를 바탕으로 2년 전에 개발됐다. ▷칠곡 할매 글꼴은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의 글씨처럼 손으로 꾹꾹 눌러 또박또박 쓴 글씨체다. 가독성이 좋으면서도 정겹게 느껴진다. 요즘 동영상 ..

횡설수설 2022.10.11

[횡설수설/송평인]아니 에르노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송평인]아니 에르노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22-10-08 03:00업데이트 2022-10-08 03:00 프랑스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가 2008년 ‘Les Ann´ees’를 출간해 프랑스 국내 문학상을 휩쓸 때 파리특파원으로 있었다. 누군가가 이 책이 좋다고 권했고 그때 구입해서 갖고 있다가 2010년 귀국하면서 들고 왔다. 작가가 겪은 크고 작은 사건과 그 단상(斷想)을 무작위로, 다만 연대순으로 나열해 놓은 책이다. 쭉 읽을 필요도 없이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좋다. 국내에서는 올 5월 ‘세월’로 번역됐다. ▷프랑스인 친구가 올여름 책을 몇 권 보내줬는데 그중 하나가 에르노의 ‘사건’이다. 책 표지에 ‘최근 인기 있는’이라고 손수 써 놓았다.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

횡설수설 2022.10.08

[횡설수설/이진영]인공지능(AI) 권리장전

[횡설수설/이진영]인공지능(AI) 권리장전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2-10-07 03:00업데이트 2022-10-07 03:24 내 취향에 맞는 영화와 책을 골라준다. 학생 수준에 따라 맞춤형 개별 지도가 가능하다. 손떨림 없이 수술하고 지치지 않고 간병해주는 로봇 상용화도 머지않았다. 이 모든 것이 인공지능(AI) 덕분이다. 그런데 AI 기술에서 앞서가는 미국에서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AI는 공정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편향적이다. 아마존은 AI 채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가 남성 지원자를 과대평가하는 편향을 발견하고 폐기했다. AI는 직원들의 축적된 인사고과 자료를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고과를 잘 받는 핵심 부서엔 남성이 많았던 것. AI 재판 지원 시스템에서는 흑인의 재범 가능성을 높게 예측하는 ..

횡설수설 2022.10.07

[횡설수설/정용관]러 ‘종말의 무기’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정용관]러 ‘종말의 무기’ 정용관 논설위원 입력 2022-10-06 03:00업데이트 2022-10-06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1962년 핵전쟁 발발까지 갈 뻔했던 쿠바 미사일 사태에서 물러선 뒤 흐루쇼프는 “나는 무서웠다”고 했다. “겁먹었다는 것이 이 ‘미친 짓’이 일어나지 않는 데 기여했다는 것을 뜻한다면 나는 겁먹었다는 것이 기쁘다”는 말도 했다. 무엇이 핵전쟁을 막았나. ‘공포’ ‘두려움’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오래 살아 우크라이나인으로 오해받기도 했던 흐루쇼프는 2년 뒤 권좌에서 축출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반대다. ‘미친 짓’이라도 서슴지 않을 듯한 태세다. ▷현존 최장 길이(184m)의 러시아 최신 핵잠수함이 핵 어뢰 ‘포세..

횡설수설 2022.10.06

[횡설수설/이정은]기업인 망신 주기 국감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정은]기업인 망신 주기 국감 이정은 논설위원 입력 2022-10-05 03:00업데이트 2022-10-05 03:18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2017년 11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밤 12시를 넘길 무렵 증인으로 참석해 있던 한 대기업 사장이 불쑥 손을 들더니 “아까 끝난 사람들은 가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질문도 없이 새벽까지 앉혀놓기만 한 국감을 지켜보다 못해 ‘집에 가겠다’는 항변을 터뜨린 것이다. 이 장면을 놓고 “호통이나 면박 주기 질의를 피해 간 게 어디냐”는 말이 나왔다. 함께 증인으로 소환된 다른 대기업 대표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국감 증인으로 소환되면 기업에는 비상이 걸린다. 최소 ..

횡설수설 2022.10.05

[횡설수설/송평인]김일과 이노키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송평인]김일과 이노키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22-10-04 03:00업데이트 2022-10-04 03:00 흑백 TV 시절인 1970년대 시청자를 열광시켰던 양자 대결 경기로 1977년 홍수환이 파나마에서 카라스키야를 상대로 4전5기의 승리를 거둔 프로권투 경기와 더불어 1975년 김일과 안토니오 이노키가 장충체육관에서 벌인 프로레슬링 경기를 꼽을 수 있다. 아이들은 100% 진짜인줄 알고 열광했고 어른들은 긴가민가하면서도 열광했다. 이노키는 김일과 싸워 대부분 무승부에 1승 9패를 기록했다. 둘의 경기는 한국에서 열리면 이노키가 악역(惡役)을, 일본에서 열리면 김일이 악역을 맡는 식으로 정한다는 말도 있어 승패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프로레슬링은 실력이면서 연기이..

횡설수설 202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