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49

[횡설수설/장택동]‘양파껍질’ 용산구청장

[횡설수설/장택동]‘양파껍질’ 용산구청장 장택동 논설위원 입력 2022-11-12 03:00업데이트 2022-11-12 03:00 “참사 충격과 트라우마로 경황이 없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행적에 대해 용산구가 내놓은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용산구는 박 구청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8시 20분에 한 번, 9시 반경에 또 한 번 참사 현장 인근 퀴논길을 둘러봤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실제론 사고 전에는 한 번도 순찰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말을 뒤집었다. 박 구청장의 행적을 둘러싼 거짓말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용산구는 참사 당일 오후 11시부터 박 구청장이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했다. 하지만 오후 11시 반 무렵 박 구청장이 구청이 아닌 참사 현장 근처에 있었던..

횡설수설 2022.11.12

[횡설수설/이정은]한국계 美 의원 파워

[횡설수설/이정은]한국계 美 의원 파워 이정은 논설위원 입력 2022-11-11 03:00업데이트 2022-11-11 10:30 “서울역에서 깡통을 들었던 때 생각이 나서….” 앤디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아버지 김정한 씨는 아들의 후원회를 지켜보며 행사장 뒤에서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 이민 1세대인 아버지 김 씨는 고아원 출신으로 한때 길거리 동냥을 했을 정도로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자신이 미국에서 유전공학박사로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지만, 아들이 정치권에서 이뤄낸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소회는 남달라 보였다고 한다. ▷한국계 미국인 하원의원 4명이 11·8 중간선거에서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앤디 김의 경우 26년 만에 탄생한 한국계 3선 기록이다. 지역구 관리를 ..

횡설수설 2022.11.11

[횡설수설/이진영]“웃기고 있네”

[횡설수설/이진영]“웃기고 있네”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2-11-10 03:00업데이트 2022-11-10 03:35 8일 대통령실 국정감사 도중 대통령실 수석 2명이 필담을 나누다 퇴장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이 질의하는 동안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메모장에 “웃기고 있네”라고 썼다가 지우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수석들은 “의원들 질의와 무관한 사적 대화”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대통령실 국감이었다. 문제의 메모를 포착한 인터넷 언론에 따르면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실의 이태원 참사 대응을 질타하는 와중에 두 수석이 필담을 나눴다고 한다. 강 의원은 김대기 비서실장..

횡설수설 2022.11.10

[횡설수설/정원수] ‘CCTV는 보고 있다’정원수 논설위원

[횡설수설/정원수] ‘CCTV는 보고 있다’ 정원수 논설위원 입력 2022-11-08 03:00업데이트 2022-11-08 09:17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350m가량 떨어진 골목길 폐쇄회로(CC)TV 카메라엔 참사 당일 오후 10시 59분 용산경찰서장이던 이임재 총경이 뒷짐을 진 채 걷는 장면이 찍혔다. 10시 20분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는 상황보고서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같은 날 오후 8시 22분 이태원의 자택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나왔다. 지방 출장을 다녀온 뒤 집 근처 골목을 2분간 걸었을 뿐이다. “8시 20분 거리 점검을 했다”는 용산구의 설명은 “퇴근길을 업무로 속인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 부메랑이 됐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CCTV는 약..

횡설수설 2022.11.08

[횡설수설/우경임]美 빅테크 감원 한파

[횡설수설/우경임]美 빅테크 감원 한파 우경임 논설위원 입력 2022-11-07 03:00업데이트 2022-11-07 10:39 ‘당신 회사는 해고를 통보하고 있나요’ ‘부서를 줄였나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선 데이터 엔지니어들이 서로 안부를 물으며 각 회사 사정을 파악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 직원들로 해고될까 봐서 떨고 있는 이들이다. 출근이 취소됐다는 신규 직원부터 아내가 임신 중인데 해고를 당했다는 기존 직원까지 안타까운 사연이 많다. ▷팬데믹 동안 승승장구했던 빅테크들이 경기 침체에 대비해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빅테크들은 지난해 최대 실적과 넉넉한 현금 주머니를 바탕으로 고용과 투자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2분기 실적이 ..

횡설수설 2022.11.08

봉화 광산의 기적 [횡설수설/장택동]

봉화 광산의 기적 [횡설수설/장택동] 장택동 논설위원 입력 2022-11-05 03:00업데이트 2022-11-05 09:47 정호승 시인이 강원도의 한 탄광에서 작업 중이던 광부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그건 땅 위의 직업을 갖는 거지예. 땅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직업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잘 모릅니더.” 그만큼 광산 작업은 힘들고 위험하다. 한 번 갱도에 내려가면 먼지로 가득 찬 좁고 깊은 지하에서 가쁜 숨을 참아가면서 사투를 벌여야 한다. 이보다 더한 것은 자칫하면 갱도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공포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의 한 아연광산 갱도 안으로 모래와 흙이 쏟아졌다. 지하 30m와 90m 지점에 있던 5명은 빠져나왔지만 가장..

횡설수설 2022.11.08

[횡설수설/이진영] 이태원 의인들

[횡설수설/이진영] 이태원 의인들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2-11-04 03:00업데이트 2022-11-04 10:36 인간은 본디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타이태닉호 침몰이나 9·11테러와 같은 재난을 연구한 학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사람들은 배가 가라앉고 빌딩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약자들을 보호하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위기의 순간 이기심에 지배당하지 않고 서로 돕는 이타적 본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재난이 닥치면 등장하는 ‘의인’들이 그 증거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목숨 건 의인들이 있었다.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준 고교생, 마지막까지 제자들의 탈출을 도운 교사, “승객들 먼저”라며 끝까지 배에 남은 승무원들이다. 2020년 경기 군포 아파트 화재 때는 ‘사다리차 의인’이 주민..

횡설수설 2022.11.08

[횡설수설/정원수]112 녹취록

[횡설수설/정원수]112 녹취록 정원수 논설위원 입력 2022-11-03 03:00업데이트 2022-11-03 12:04 2012년 20대 여성이 112 신고를 하고도 흉악범 오원춘에게 잔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신고가 15초에 불과했고, 구체적인 장소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경찰은 결국 112 녹취록을 공개해야 했다. 실제 신고 시간은 7분 36초였다. 경찰의 당초 해명과는 달리 장소도 분명하게 언급됐다. 여기에 피해자가 “살려 달라”며 비명을 지르는 것을 경찰이 듣고만 있었다는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112 신고 시스템은 완전히 바뀌었다. ▷신고 접수는 생활안전과, 현장 출동은 경비과가 각각 담당하던 운..

횡설수설 2022.11.08

[횡설수설/박중현]한국판 ‘말뫼의 눈물’박중현 논설위원

[횡설수설/박중현]한국판 ‘말뫼의 눈물’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2-11-02 03:00업데이트 2022-11-02 03:24 스웨덴은 조선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나라였다. 1885년에 어뢰를 탑재한 잠수정을 세계에서 처음 만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조선업을 주도하던 최남단 항구도시 말뫼는 1970년대 일본, 한국의 조선업에 밀려 빛을 잃기 시작했다. 말뫼의 대표 조선소인 코쿰스에 1973년 세워졌던 높이 140m의 골리앗 크레인은 1987년 조선소 파산 후 오랫동안 무용지물로 남아 있다가 2002년 현대중공업에 팔렸다. 가격은 단돈 1달러였다. ▷세계 조선업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넘어간 걸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현대중공업이 골리앗 크레인을 해체해 울산행 배에 싣던 날 스웨덴 국영방송은 ..

횡설수설 2022.11.08

[횡설수설/이정은]룰라의 귀환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정은]룰라의 귀환 이정은 논설위원 입력 2022-11-01 03:00업데이트 2022-11-01 05:20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 오시네요.” 2009년 영국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오찬장에 들어서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시 브라질 대통령을 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변의 정상들에게 던진 소개말이다. 집권 2기 후반부, 전례 없는 경제 성과에 힘입어 룰라의 지지율이 80%를 넘어설 때였다. ▷해외 정상들도 부러워한 록스타급 인기 속에 대통령궁을 떠났던 그의 퇴임 후 추락과 재기 과정은 롤러코스터급이다. ‘세차 작전(Operation Carwash)’으로 불린 검찰의 부패 수사에서 수백억 달러의 뇌물과 돈세탁 혐의가 드러난 그는 ..

횡설수설 202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