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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색동 考

[이규태 코너] 색동 考 조선일보 입력 2002.02.17 19:41 솔트레이크시티의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선수단이 오색 색동옷을 어깨에 두르고 입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색동은 한국을 대변하는 상징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 된다. 색동옷 하면 명절이나 명일에 아기들이 입는 때때옷을 연상할 것이다. 시집 가는 날 신부가 입는 장삼 소매도 색동임을 감안할 때 경사스러운 날에 입는 옷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있다. 호사다마라, 경사스러운 날이나 일에는 액이나 마가 끼게 마련이며, 이를 막고 쫓는 수단으로 색동옷을 입혔음직 하다. 무당들이 신을 내리는 강신굿을 할 때 색동옷을 입었던 것도 이 마와 액이라는 어두운 신령에 대치시키는 밝은 신령을 부르는 색동임을 알수 있게 한다. 히말라야 트레..

이규태 코너 2022.11.28

[이규태 코너] 都羅山

[이규태 코너] 都羅山 조선일보 입력 2002.02.18 20:12 끊어진 임진강 철교의 남쪽 수풀 속에 철마 한 마리가 강 건너 도라산을 바라보고 쓰러져 있었다. 노산 이은상은 이 철마를 보고 이렇게 읊었다. 「철마야 너 왜 입을 다물고 /잡초 속에 쓰러져 누웠느냐 /벌떡 일어나 우렁차게 울어 /이 적막한 하늘을 뒤흔들어라 /지금 곧 북으로 북으로 /냅다 한번 달리자꾸나.」 그 철마가 52년 만에 벌떡 일어나 민족의 염원을 싣고 우렁차게 울긴 했는데 겨우 철교를 건너 맞바라보이는 도라산 기슭에 멎고야 말았다. 임진강 건너기가 얼마나 힘겨운가를 도라산은 알고 있다. 임진년 왜란으로 졸지에 피란길 떠났던 선조께서 좌우의 신하들이 도망친 후 굶주린 채 폭우 쏟아지는 밤 이 임진강을 건너야 했다. 내의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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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八字訣

[이규태 코너] 八字訣 조선일보 입력 2002.02.19 19:48 설날 세배를 하면 세뱃돈이나 주고 덕담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학식이 있는 집안 어른이나 서당 훈장에게 세배를 하고 나면 봉투 하나씩을 건네주는데 촌지 봉투가 아니다. 집에 갖고 돌아와 무릎 꿇고 정중히 봉투를 뜯어보면 붓글씨가 크게 쓰인 종이가 나온다. 글 내용은 그 아이에게 교훈이 되는 글이게 마련이다. 이를 테면 기가 사나워 매사에 덤비는 아이라면 「소걸음으로 가라(牛步行)」는 삼자결(三字訣)이고 인내심이 부족하여 공부나 일을 못 마치는 아이에게는 「마음 위에 칼을 얹어라(心上置刀)」라는 사자결(四字訣)이다. 참을 인(忍)자를 풀어보면 마음 심(心) 위에 칼(刀)이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개화기 중학교들에 악자결(惡字訣)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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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돼지꿈

[이규태 코너] 돼지꿈 조선일보 입력 2002.02.20 19:57 작년 1년 동안 1억원 이상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 네 사람에 한 사람꼴로 돼지 꿈을 꾼 것으로 한 은행의 조사에서 밝혀졌다. 물론 돼지 꿈을 꾸어서 복권에 당첨된 것이 아니라 돼지 꿈을 꾸면 재수가 생긴다는 머릿속의 통념이 꿈 속에 돼지를 몰아넣었을 뿐일 게다. 돼지에게 신통력이 있어 길(吉)한 땅이나 길한 사람을 점지해준다는 문헌 기록은 비일비재하다. 고구려 유리왕은 제사에 쓰고자 기르는 돼지 교시(郊豕)가 도망쳐 뒤쫓아 갔다가 위나암(慰那巖)이라는 도읍터를 점지받고 천도했다. 고려 태조의 할아버지 작제건이 용왕을 구한 대가로 얻은 돼지를 따라가 도사리고 앉은 곳에 궁궐터를 정했는데 바로 그곳이 개성 만월대(滿月臺)다. 희랍신화에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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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라산 觀光財

[이규태 코너] 도라산 觀光財 조선일보 입력 2002.02.21 19:26 부시 대통령의 현지 연설로 도라산이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미 개성이 눈 안에 담기는 전망대와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는 제3땅굴 그리고 판문점이라는 분단 관광재들에 이번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철도 침목이 호재로 더해진 셈이다. 분단 분계선에 쳐져 있던 녹슨 철조망을 잘라 관광상품으로까지 개발할 참이라 한다. 이처럼 분단 관광재 위주로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에 역사 관광재 개발을 더하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도라산 역사 관광재 1호는 한양·개성·평양을 이었던 봉수대(烽燧臺)의 원형 복원이다. 민족 염원의 봉화를 올릴 수 있어 분단 최북단의 관광재로 안성맞춤이다. 봉화를 못 올리게 하면 풍선이나 종이학이라도 날림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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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정동 교회

[이규태 코너] 정동 교회 조선일보 입력 2002.02.22 18:49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건축물은 1879년에 준공된 부산의 일본관리청 건물이다. 조선시대의 일본 영사관이랄 왜관(倭館)의 우두머리 관수(館守)집을 헐어 지은 것으로 양식과 일본식의 절충건물이었다. 머리 없는 산발귀신이 출몰한다 하여 접근하지 않았던, 터가 센 집이었다. 아마도 왜관에 잠입, 왜인과 은밀히 통간(通姦)하는 여인이 잡히면 목을 베어 이 관수 집 문전에 효수(梟首)하는 것이 관례였던 데서 생긴 말일 것이다. 1880년대에 지은 양옥으로 인사동에 있던 철종의 부마 박영효(朴泳孝)의 집터에 지었던 일본공사관을 들 수 있는데,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성난 군중이 몰려가 불태워 버렸다. 80년대 양옥으로 1980년까지 장수한 것이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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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동전 재판

조선일보 | 오피니언 입력 2002.02.23 17:19:05 지금 미국에서 흥미있는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이혼으로 자녀들을 할아버지에게 맡겨 기르고 있는 아버지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 아버지와 함께 지낼 수 있게 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뾰족한 수를 찾을 수 없었던 판사는 동전 던지기로 결정, 아이들을 아버지와 함께 지낼 수 있게 했다. 이에 동전 던지기에 패한 할아버지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동전 던지기로 가정의 중대사를 판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여 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그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신약성서 ‘마가가 전한 복음서’ 15장에 보면 로마 병사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후 서로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지고자 제비를 뽑았다 했다. 여기에서 제비를 뽑았다 함은 우연에 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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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주체성 찾은 화투

[이규태 코너] 주체성 찾은 화투 조선일보 입력 2002.02.24 18:43 왜색이 짙은 종래의 화투 그림을 우리 전통 민화나 사군자의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캐릭터로 바꾼 주체화 화투가 유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본 훈장의 일종인 어깨띠에서 발상된 청단 홍단을 창과 깃발로 바꾸고, 일본 국화인 벚꽃을 동백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개화기에 일본에서 들어온 이 화투의 뿌리를 소급해 오르면 16세기에 일본과 교류가 있었던 포르투갈 상인들이 서양 카드를 일본에 들여온 것이 「가루다」이고, 이를 일본화한 것이 화투다. 카드의 포르투갈 말인 카르타에서 가루다란 말이 생겼음으로 미루어 화투의 뿌리는 서양 카드인 트럼프임을 알 수 있다. 일본학자들은 화투를 두고 일본의 외래문화 수용의 표본으로 무척 자랑해온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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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미국 애국주의

[이규태 코너] 미국 애국주의 조선일보 입력 2002.02.25 19:21 「빛이 나되 빛나지 말게 하라(光而不燿)」는 노자의 가르침이 있다. 과거의 대과(大科)에 급제 합격증명서랄 홍패(紅牌)를 받고 나면 머리에 어사화(御賜花)를 꽂고 친지 선배를 찾아다니며 인사를 한다. 영광스러운 날인데도 비단으로 성장하지 않고 일부러 허름한 베옷을 입혀 돌리는 것이 뼈대있는 집안의 관행이었다. 노자의 가르침이 한국인의 덕목으로 저변화돼 있었음은 그 밖의 사례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상하없이 조정의 모든 벼슬아치가 참여하는 정시(庭試)를 열어 장원을 특진시키는 제도가 있었다. 선조 때 이덕형(李德馨)이 숙직하는데 「이번 정시에도 이덕형이 장원할 것은 뻔한 일이지ㅡ」 하는 말을 우연히 엿들었다. 정시가 베풀어지던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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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슬로 푸드

[이규태 코너] 슬로 푸드 조선일보 입력 2002.02.26 19:34 햄버거나 프라이드 치킨 같은 패스트 푸드가 마치 현대인의 조건처럼 세상의 젊은이들 간에 정착하고있는 요즈음 그 반대문화인 슬로 푸드가 각국에서 번져나가고 있다 한다.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에 반감을 가졌거나 전통문화에 자존심을 가진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일고 있는 이 문화운동은 이웃 일본에까지 번져 슬로푸드협회가 발족, 향토요리로의 회귀가 청소년 틈에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한다. 패스트 푸드는 미국에서 자동차 문화의 정착과 더불어 차 속에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수단으로 시작하여 기승을 부려왔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패스트 푸드의 유행을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사람들은 외식할 때마다 바가지를 쓴다는 강박관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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