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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삼족오(三足烏)

[이규태 코너] 삼족오(三足烏) 조선일보 입력 2002.02.27 19:16 고대 임금이나 귀족들은 죽어서 가는 저승에서도 이승과 똑같이 재현해놓고 영생하려 들었다. 그래서 같이 살 처첩이나 타고 다닐 말을 순장(殉葬)시키고 식량이나 세간살이도 무덤에 갖춘다. 그로써도 부족하여 일월성신(日月星辰)과 동서남북 방위를 무덤 속에 재현시켰다. 이 같은 무덤 속 이승의 재생은 고구려 고분들 벽화에서 완연하다. 동서남북 방위는 청룡(靑龍)·백호(白虎)·주작(朱雀)·현무(玄武) 사신도(四神圖) 벽화로 표시하고, 성신은 별자리인 이십팔수(二十八宿) 벽화로 표시했다. 해는 그 속에서 산다는 세 다리 까마귀(三足烏)로 나타냈고ㅡ. 삼국시대의 한국문화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 옛 도읍 나라(奈良) 아스카의 기토라 고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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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손바닥 벤처

[이규태 코너] 손바닥 벤처 조선일보 입력 2002.02.28 20:34 지문(指紋)을 감식하는 손가락 벤처가 나라 안을 시끄럽게 하더니 이번에는 장문(掌紋) 감식의 손바닥 벤처가 술렁대기 시작하고 있다. 이 세상에 아무리 사람이 많다고 해도 지문이나 장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는 데 착안, 이를 범죄수사에 이용한 것은 1880년부터로 역사가 길지 않다. 이때 작가 마크 트웨인은 「신이 그사람의 동일인임을 증명한 유일한 신성한 흔적」을 범죄수사에 이용한다는 것은 신성모독이라고 비난했었다. 중국에서는 이미 기원전부터 세상 사람들의 지문이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신분 증명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 영향으로 낙랑(樂浪) 시대의 유적에서 지문이 찍힌 봉니(封泥) 곧 진흙 도장이 출토되고 있는데, 자신의 소유임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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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圓覺寺 터

[이규태 코너] 圓覺寺 터 조선일보 입력 2002.03.01 19:54 서울 도심 탑골공원이 성역화되어 어제 독립선언문을 읽는 3·1절 기념식을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조선조 초 그 터에 있었던 원각사를 복원하려던 계획에 걸었던 기대는 다시 꿈속에 잠기고 만 셈이다. 불심이 남달랐던 세조는 유반으로부터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고려 때부터 있었던 흥복사 터에 이 원각사를 짓고 법회를 열었다. 본당인 대광명전, 수도하는 선당, 종루인 법뢰각, 경판을 보존하는 해장전, 적광문·해탈문·운집문·반야문 등 대소문들, 그리고 현존하는 13층 불탑 등 둘레 1.4㎞에 이르는 대찰이었다. 그 무렵 일본에서 온 사신 가운데에는 승려가 많았는데 원각사에 들르는 것이 관행처럼 돼있었다. 어느 한 사신이 배불하고 나더니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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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魚群 대이동

[이규태 코너] 魚群 대이동 조선일보 입력 2002.03.03 18:36 한(漢)나라 때는 우리나라를 첩역( 域)이라 불렀고 한반도의 근해를 첩해( 海)라 불렀다. 첩이란 생선 가자미를 뜻한다. 중국 옛 사전인 「설문(說文)」을 보면 낙랑(樂浪) 근해에 사는 고기 이름이라 한다. 얼마나 가자미가 많이 잡혔기로 나라 이름으로까지 삼았을까 싶다. 이처럼 역사가 흐르는 동안 바다의 수온과 먹이의 질에 따라 어군이 대이동을 거듭해 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어류학자 정문기(鄭文基) 박사는 일제 때 한국 어류의 전통 이름을 찾아 맞추는 일을 해왔는데 제주도 근해에서 잡힌다는 행어(行魚)의 정체를 찾아 무척 고심했다. 어촌을 돌아다니며 마을사람 모아놓고 약장사가 떠벌리듯 행어가 무슨 고기인지 묻고 다니다가 모슬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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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오노이즘

[이규태코너] 오노이즘 조선일보 입력 2002.03.04 18:34 열차 파업 중 차례 기다리기에 지쳐들 있는데 누군가 새치기를 하자 「오노 같은 놈!」하는 욕이 터져나왔고, 그 말에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군중의 흥분으로 당사자는 쥐구멍 찾듯 자취를 감추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욕설 진하기로 추종을 불허하는 우리나라인데도 그보다 고단위·고농도의 욕설로 「오노」가 등장했다는 것이 된다. 우리 한국선수가 1등으로 골인한 것을 후발자인 오노가 가로챘다 해서 얌체족을 비하하는 욕설로 정착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낙하산 인사 등 적격이 아닌 사람을 두고도 오노란 말을 쓰기도 하고, 또 그 사람에게 과분한 대우를 하거나 그가 뜻하지 않은 횡재를 했을 때도 오노의 목에 건 금메달에 비유한다고 한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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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5백년만에 핀 연꽃

[이규태코너] 5백년만에 핀 연꽃 조선일보 입력 2002.03.05 18:40 석가모니가 돌아가신 쿠시나갈의 열반탑(涅槃塔)에서 시오리쯤 남으로 내려가면 불신(佛身)을 화장한 다비처(茶毘處)가 나온다. 벽돌의 대탑이었던 것이 지금은 헐리어 붉은 흙이 노출된 야산이 돼 있었다. 열반 1000여년 후인 혜초 시절만해도 그 회탄(灰炭)이 섞인 거무스레한 다비토가 섞여있어 사리를 찾는 도굴꾼이 끊이질 않았다 한다. 지금도 순례자들이 성스러운 흙이라 하여 파가는 바람에 장옷을 걸친 노인 한 분이 장대를 들고 순찰하고 있었다. 불교 성지에서 성적(聖蹟)으로 순례자들이 갖고자 하는 것은 다비토뿐 아니다. 부다가야의 성도(成道) 성지 그 아래에서 득도했다는 보리수 잎을 줍고자 이른 새벽에 줄지어 서있는 것도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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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황금 수의

[이규태 코너] 황금 수의 조선일보 입력 2002.03.06 20:26 금은 영원 불변하다. 그 불변한 옷을 입고 영생하고 싶은 생각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기원전 1350년 이집트의 지배자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했던 워드 카터는 마지막 재실을 발견했을 때를 이렇게 적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공기가 등불의 불꽃을 흔들었다. 눈이 내부의 어둠에 길들면서부터 으스름 안개 속에 묘실 안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한쪽이 환하게 떠올랐는데 분명히 황금에서 반사되는 빛이었다.」 관은 금으로 되어 있었고 가슴팍에서 머리 위까지는 황금 마스크로 덮여있었다. 역사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탕카멘의 황금상은 바로 이 무덤에서 발굴된 임금님의 상반신 수의였다 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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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링 린포체 스님

[이규태 코너] 링 린포체 스님 조선일보 입력 2002.03.07 19:08 어느 나라건 수구파와 혁신파와의 종교전쟁이 있었는데 티베트도 예외는 아니다. 14세기 전통 불교의 수구파인 홍모파(紅帽派)와 계율의 혁신을 주장하고 나온 개혁파인 황모파(黃帽派)가 싸우고 있었으며 그 중간파로 흑모파(黑帽派) 세 세력이 대립하고 있었다. 15세기 들어 혁신파인 노랑모자 달라이 라마 1세가 즉위하자 수구파인 붉은 모자 카르마파가 도전, 100년간 전쟁이 지속되었다. 17세기에 몽골의 원조를 얻어 달라이 라마 5세가 승왕(僧王)으로 자리를 굳히자 카르마파는 노랑모자 달라이 라마, 검은 모자 판첸 라마에 뒤이은 제3의 정신지도자로 만족해야 했다. 이들 티베트 각파의 정신 지도자들은 전 지도자가 죽으면 대대로 환생(幻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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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아빠 育兒

[이규태 코너] 아빠 育兒 조선일보 입력 2002.03.08 18:59 북극 동물인 펭귄은 알을 낳을 때 얼음바닥 아닌 곳이 없기에 아빠 펭귄의 두 발 위에 낳아놓는다. 아빠는 부화할 때까지 날개로 알을 덮어 움직이지 못하고 몇 주일을 꼬박 굶주린다. 새끼가 부화하면 양식을 마련하러 먼 바다에 나갔던 엄마 펭귄이 돌아온다. 아빠 펭귄에게 양식을 나눠줌직한데도 도외시당한 아빠는 비틀비틀 먹이 찾아 나가다가 쓰러져 죽게 마련이다. 동물에 있어 아빠와 육아와의 원초적 형태를 펭귄이 대변해주고 있다. 태어나는 아기를 둔 인간 아빠의 고행(苦行)은 쿠바드라는 습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록영화 「몬도가네」에서 보듯 아프리카에서 아내가 진통하는 동안 남편은 물속에 들어가 익사시늉을 거듭해야 했고, 중국 장족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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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걸레 스님

[이규태 코너] 걸레 스님 조선일보 입력 2002.03.11 18:38 우리나라에 스스로를 미친 척 소외시켜 정상인이 아닌 아웃사이더로 자처하고 살았던 자회(自晦) 인맥이 있다. 매월당 김시습(金時習)이 그러했고 정희량(鄭希良) 남효온(南孝溫) 이토정(李土亭) 김삿갓으로 불리는 김병연(金炳淵) 등이 그러했다. 세조의 쿠데타에 저항하여 반 미치광이로 여생을 살았던 매월당이 궁중에서 법회를 연다는 소문을 듣고 걸승으로 참여했었다. 그러나 세조가 베푼 것임을 알자 궁을 빠져나왔는데 이를 안 세조가 뛰쫓게하자 시궁창 속에 들어가 눈만 깜박거리고 있었다. 세조의 흑심을 풍자하는 퍼포먼스였다. 조우(祖雨)라는 고승이 세조의 쿠데타에 동조한 한 정승으로부터 「장자(莊子)」를 배웠다 하자 매월당은 발바닥으로 먼지를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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