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유림) 한자이야기

[유림 속 한자이야기] <98> 靑出於藍(청출어람)

bindol 2020. 9. 13. 05:48

[유림 속 한자이야기] <98> 靑出於藍(청출어람)

 

 

儒林 (469)에는 ‘靑出於藍’(푸를 청/날 출/어조사 어/쪽 람)이 나오는데,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나 후진이 스승이나 선배보다 더 뛰어남’을 이르는 말이다.

‘靑’자는 ‘풀’처럼 푸른색의 鑛石(광석)을 의미한다.用例(용례)는 靑山流水(청산유수:막힘없이 썩 잘하는 말),靑天霹靂(청천벽력:맑게 갠 하늘에서 치는 날벼락이란 뜻으로, 뜻밖에 일어난 큰 변고나 사건)’ 등이 있다.

‘出’자를 산을 겹쳐놓았다거나 풀이 자라는 모양을 본뜬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甲骨文(갑골문)을 보면 위쪽은 발바닥의 상형(止)이며, 아래쪽은 움집 형태를 나타내는 ‘ ’(감)의 변형으로,‘걸어서 움집 밖으로 나감’을 뜻한다.‘出納(출납:돈이나 물품을 내어 주거나 받아들임),出馬(출마:선거에 입후보함, 어떤 일에 나섬),不世出(불세출:세상에 나타나지 아니할 만큼 뛰어남)’ 등에 쓰인다.

‘於’자는 ‘烏’(까마귀 오)의 異體字(이체자)인데,假借(가차)하여 關係(관계),被動(피동),比較(비교) 등을 나타내는 語助辭(어조사)로도 쓰인다.用例로는 ‘於焉間(어언간:알지 못하는 동안에 어느덧),甚至於(심지어:더욱 심하다 못하여 나중에는)’가 있다.

‘藍’자는 푸른 물감 採取用(채취용)으로 쓰이는 풀, 즉 ‘쪽풀’을 뜻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艸’(풀 초)는 意符(의부)에 속한다.用例로는 ‘伽藍(가람:중이 살면서 불도를 닦는 곳),藍本(남본:베끼거나 고친 것에 대하여 근본이 되는 서류나 문건),藍輿(남여:의자와 비슷하고 뚜껑이 없는 작은 가마)’등이 있다.

孟子(맹자)와 동시대의 思想家(사상가)인 荀卿(순경)의 저서 荀子(순자) 勸學(권학)편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실려있다.

“학문은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으나 쪽보다 더 푸르고(靑取之於藍而靑於藍:청취지어람이청어람),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 더 차다(氷水爲之而寒於水:빙수위지이한어수). 군자가 널리 배우고 날마다 세 가지 일을 반성한다면 곧 아는 것이 분명해져 행동에 過誤(과오)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높은 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하늘이 높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깊은 골짜기에 다다르지 않고서는 땅의 두터움을 알지 못하며, 선왕들이 남긴 말에 귀기울이지 않고서는 학문의 위대함을 알지 못한다.”

쪽에서 청색을 抽出(추출)하는 과정이나 물이 얼음으로 變化(변화)되는 과정은 곧 敎育(교육)을 비유한 것이니,靑出於藍이란 제자가 스승보다 더 뛰어나게 변화된 것을 일컫는 말이다. 푸른색이 쪽빛보다 푸르듯이, 얼음이 물보다 차듯이 勉學(면학)하면 스승을 능가하는 제자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비록 弟子(제자)일지라도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스승을 凌駕(능가)할 수 있음을 강조한 荀子의 주장을 具體的(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다.北魏(북위)의 이밀(李謐)은 어려서 공번을 스승으로 삼아 학문을 하였다. 학문의 發展(발전) 速度(속도)가 매우 빨라 몇 년이 지나자 스승의 학문을 능가하게 되었다. 공번은 이제 그에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도리어 그를 스승으로 삼기를 청했다. 부단한 勉勵(면려)와 ‘不恥下問(불치하문)´ 의 용기를 실천한 師弟(사제)의 모습이 몹시 부러울 뿐이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