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귀위역(爲鬼爲蜮)”이란 “귀신이 되고 물여우가 되어”란 말인데 ‘시경(詩經)’에 실린 시 ‘하인사(何人斯)’에 나오는 말이다. 물여우란 전설상 동물로 물속에 살며 주둥이에 긴 뿔이 있어 사람 그림자에 독기를 쏘면 그 사람이 병들게 만든다고 했다. 흔히 정적을 중상모략하거나 음해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됐다. ‘어떤 사람인고?’라는 뜻의 하인사(何人斯)라는 시는 “저거 어떤 사람인고/ 그 마음이 몹시도 험하구나”로 시작한다. 모두 8장(章)으로 돼 있는데 그 3장을 보자. “저거 어떤 사람인고/ 어찌 내 뜰 아래 길을 가는가?/ 내 그 소리는 들어도/ 그 몸은 보지 못하겠네/ 사람들에게는 부끄럽지 않더라도/ 하늘에 두렵지 않은가?” 여기서 “내 뜰 아래 길을 간다”는 것은 사람들과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뜻이다. 소리는 들리는데 몸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그 행태가 물여우를 닮았다는 말이다. 그러면 “사람들에게는 부끄럽지 않더라도”는 무슨 말일까? 사람들은 속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하늘은 속일 수가 없다. 이 시를 떠올린 것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언행 때문이다. 그는 여당의 한 선전 매체에 출연해 추미애 법무장관을 적극 엄호했다. 정세균 총리나 이낙연 대표의 자중론과는 상반된 방향이다.
이해찬 전 대표는 이미 총리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러나 하는 행태는 “저거 어떤 사람인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바람에 이낙연 신임 대표만 허수아비 신세가 됐다. 전임(前任)의 도리조차 망각한 채 ‘물여우’ 행태를 보이는 일은 국민이 보기에 민망하다. 게다가 이제는 하늘도 알고 사람들도 안다.
논어등반학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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