螂丸集

景行維賢 克念作聖

bindol 2020. 11. 8. 19:37

 

26. 景行維賢 克念作聖 (경행유현 극념작성)

本文

景行維賢 克念作聖 경행유현 극념작성

훌륭한 행위는 현인(賢人)이 되는 벼리,

극기(克己)를 상념(常念)하면 성인(聖人)이 되느니라

 

훈음(訓音)

빛 경 갈 행 바 유 어질 현 이길 극 생각 념 지을 작 성인 성

해설(解說)

5장에서는 수신(修身)에 대하여 알아보는 장입니다. 성현(聖賢)의 길은 무엇인가? 덕행(德行)을 갖추려면 어떤 몸가짐과 마음의 자세가 필요한가?

()와 복()의 원인은 무엇이며 진정한 보배란 무엇인가? ()와 충(), 자강불식(自强不息)하는 자세와 인격의 함양. 행동과 언행, 초지일관(初志一 貫)하는 자세와 유종(有終)의 미(), 영광의 길 등에 대하여 공부해 보는 장입니다.

 

어떻게 몸과 마음을 닦을 것인가에 대하여 하나 하나 공부해 보겠습니다.

경행유현(景行維賢) 훌륭한 행위는 현인(賢人)이 되는 벼리, 경행(景行)이란 훌륭한 행위를 말합니다. 또는 대도(大道)를 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고상한 덕행(德行)을 말합니다. ()는 큰 밧줄을 의미합니다. 밧줄은 붙들어 매는 데 쓰입니다. 여기서 유()는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놓은 밧줄을 의미하는데 이를 '벼리'라 합니다. 이 벼리를 잡아당겨 그물을 오므렸다 폈다 합니다. 그래서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를 벼리라 합니다. 문자로는 대강(大綱)이라 하지요. ()은 어진 이를 말합니다. 현인(賢人)이란 재덕(才德)을 겸비하여 성인(聖人)의 다음 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경행유현(景行維賢)은 훌륭한 행위를 하는 것이 현인의 벼리이니 훌륭한 행위를 하면 현인이 됨을 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를 이 차()의 의미로 풀이 하여 "행동을 빛나게 하면 이것이 곧 현()이다." 라고 풀이하 기도 합니다.

 

경행(景行)이란 말은 시경(詩經)》「소아(小雅에 나오는 말로 "높은 산을

우러르듯, 덕스러운 행동거지" (高山仰止 景行行止) 라는 곳에서 나옵니다.

이는 높은 산을 우러르듯 훌륭한 덕행을 사모하여 본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의 덕스러운 행동거지는 밝은 해가 하늘에 있어 사방이 모두 그 밝음을

아는 것과 같이 모두가 알게 됩니다. 몸소 선행하여 덕을 쌓으면 현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은 기미를 보아 미래를 내다보기도 합니다.

 

옛날 노()나라에 현명한 여인이 있었는데 이름을 차실(次實)이라 했습니다.

경사(經史)에 통하여 나라의 일을 잘 알았습니다.

하루는 그녀가 슬프게 우니 그의 아우가 "언니는 무엇을 슬퍼합니까?" 하고 물으니, 차실이 대답하기를 "지금 나라임금은 연로하고 태자는 나이가 어리니 반드시 간신들의 횡행(橫行)이 있을 것이다. 대저 집안에 고양이가 없으면 백주(白晝) 대낮에도 쥐가 들끓는 법이다. 그래서 이를 슬퍼하는 것이다." 하였습니다.

 

과연 이듬해 노나라에 정란(政亂)이 일어나니 공자(孔子)께서 이 이야기를 들으시고 말하기를 "둥지에 있는 놈은 바람을 알고, 굴에서 사는 놈은 비를 안다더니, 현명한 여인이 미래의 일을 아는구나." 했다 합니다.

옛날 춘추 전국시대에 유하혜(柳下惠)와 도척(盜跖)이 있었는데 그 둘은 형제였습니다. 유하혜가 형이고 도척은 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유하혜는 공자께서 현인(賢人)이라고 칭송하고 맹자는 그를 성인(聖人)이라 칭송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아우 도척은 가장 나쁜 악인으로 악명을 떨친 인물입니다.

 

유하혜는 노()나라 사람으로 성은 전()이요, 이름은 획()입니다. 자는 금()이며, 유하(柳下)는 식읍(食邑)이고 혜()는 시호(諡號)입니다. 그는 덕 이 있는 사람으로 사사(士師, 嶽官)였습니다. 성격이 곧은 탓에 그 자리를 세 번이나 물러났다고 합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곧은 도리로 윗전을 섬기자면 어디에 간들 세 번 정도는 쫓겨나지 않겠소?

정도를 굽혀 다른 사람을 섬긴다면 무엇하러 이 나라를 떠나겠소."

그는 낮은 관직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곧은 성격 때문에 여러 차례 벼슬길에서 곤욕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동생인 도척(盜跖)은 달라도 무척 달랐습니다. 9천명이나 되는 도적들을 거느리고 타인의 재물을 빼앗고, 제후들을 공격했습니다. 그래서 도척은 악인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같은 형제로서 누구는 현인(賢人)이라 칭송되고 누구는 악인(惡人)이라 낙인 찍혀 살았습니다. 그것은 그의 행위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훌륭한 행위를 하면 현인이 되고 악한 행위를 하면 악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경행유현

(景行維賢)입니다.

 

극념작성(克念作聖) 극기(克己)를 상념(常念)하면 성인(聖人)이 되느니라.

()'이긴다'는 뜻입니다. 이기는 것은 싸움에서 이긴다는 뜻입니다. 싸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요. 나라 간에 벌이는 전쟁으로부터 경기를 하는 싸움, 의견대립으로 싸우는 소소한 싸움까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싸움에 임 하여 싸워서 이긴 자를 승자(勝者)라 합니다. 특히 전쟁이나 경기에서 이기면 그들을 우리는 영웅(英雄)이라 합니다.

 

법구경 술천품(法句經 述千品)에 이런 게송이 있습니다.

전쟁에서 백만이나 되는 적군을/ 혼자서 싸워 이긴 용맹한 자도/

자신을 이긴 자만 못한 것이라,/이 사람이 전사 중의 으뜸이라네.//

전쟁에서 백만 대군을 혼자서 무찌른 장수가 있다면 영웅 중 영웅일 것입니 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다스려 자신을 이긴 사람에 비하면 결코 낫다고 할수 없습니다. 마음 속에 도사려 있는 팔만사천의 번뇌마군(煩惱魔軍)을 물리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승자 중의 승자는 자신을 이긴 자가 으뜸이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천자문의 이 대목에서도 극()의 의미는 극기(克己)를 뜻하고 있습니다. 극기(克己)란 자기의 욕망감정충동 따위를 의지(意志)의 힘으로 이겨냄을 말합니다. 공자께서도 늘 극기(克己)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극기복례(克己復禮), 사사로운 욕심을 누르고 예의 범절을 좇을 것을 누누이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은 상사야(常思也)라 했으니 '늘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은 생각하고 생각하여 잊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은 작위야(作爲也)라 했으니 '되다'의 뜻입니다. ()은 원래 일어나다의 뜻이었으나 '하다' '되다'의 뜻으로 변한 것입니다. 또한 '만들다'의 뜻으로 많이 쓰입니다. ()은 성통야(聖通也)라 했으니 지혜에 통하지 않음이 없다는 뜻이 됩니다.

극념(克念)이란 '극기(克己)를 상념(常念)한다'는 뜻입니다. 작성(作聖)'성 인(聖人)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극기를 상념하면 성인이 된다는 뜻이 됩니다. 생각해 보면 성인이 어찌 가만히 되겠습니까? 자신을 이긴 자만이 성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성인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누구나 노력하면 성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체중생(一切衆生) 실유불성(悉有佛性)이라고 말씀하셨습니 다. 모든 중생은 모두 불성(佛性)이 있다고 선언하신 것입니다. 성인이 되고 안 되고는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있는 것이니 근기(根機)가 노둔(魯鈍)하다고 지레 겁먹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극기를 늘 상념하면 성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니 나의 게으름을 탓해야 할 것입니다.

 

극념작성(克念作聖)의 출처는 서경(書經)》「주서(周書)에 있습니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성인(聖人)도 극기(克己)를 상념(常念)함이 없으 면 광폭(狂暴)한 이가 될 수 있고, 광폭한 이도 극기를 상념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 (惟聖罔念作狂 惟狂克念作聖) 고 하였습니다.

 

문왕(文王)이 본래 성인(聖人)이 아니고 성인의 도를 생각한 데 연유하여 성 인이 된 것이고, 저 걸주(傑紂)가 본래 광폭(狂暴)한 이가 아니고 성인의 도를 생각하지 않음에서 연유하여 광폭한 이가 된 것입니다.

경행(景行)은 현인(賢人)의 벼리요, 극념(克念)은 성인(聖人)이 되는 지름길입 니다. 훌륭한 행위로 대도(大道)를 걷는 것이 경행(景行)이니 반짝반짝 빛나는 불자의 경행(景行)은 계행(戒行)입니다. 계행(戒行)은 곧 덕행(德行)입니다.

나를 이긴 자는 승자(勝者)입니다. 팔만사천 번뇌마(煩惱魔)를 이긴 사람을 '부처님'이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대웅(大雄)이라 하고 승자(勝者)라 합니다. 그러므로 불자의 길은 성불(成佛)에 있으니 극기(克己)를 상념(常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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