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字文 工夫

堅持雅操 好爵自縻

bindol 2020. 11. 13. 08:15

堅持雅操 好爵自縻

 

本文

堅持雅操 好爵自縻 견지아조 호작자미

곧고 바른 지조 절개 견고하게 지킨다면

좋은 관직 벼슬이 저절로 엮겨 온다.

 

훈음(訓音)

굳을 견 가질 지 바를 아 잡을 조

좋을 호 벼슬 작 스스로 자 얽을 미

 

해설(解說)

이번 장에서는 좋은 관직과 벼슬은 어떻게 얻어질까? 그것은 바로 올바른 지조가 바탕이 되어야만 됨을 밝히고 있습니다. 기본이 올바르고 견실하면 높은 지위는 저절로 이르게 되는 것이니 의당히 해야할 도리를 다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견지아조(堅持雅操) 곧고 바른 지조 절개 견고하게 지킨다면

우선 글자를 하나하나 분석하고서 그 뜻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은 토() + (-)의 형성자(形聲字), (-)은 굳다의 뜻입니다. 그러므로 견()은 굳은 땅이라는 뜻에서 '굳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는 수() + ()의 형성자(形聲字), '()''()'와 통하여, '멈춰 서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여기에 수()를 합하여 '손안에 머물러 두다', '가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는 추() + ()의 형성자(形聲字), '()'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인데, () 지방의 '까마귀'의 뜻을 나타냅니다. 우아한 여름 축제의 뜻인 '()'와 통하여 '우아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시경(詩經)》『대서(大序)에서 아정야(雅正也)라 했으니, '올바르다'는 뜻입니다.

()는 수() + ()의 형성자(形聲字), ()'()'와 통하여, '둥지를 틀다'의 뜻입니다. 새가 둥지를 틀 듯 '손을 교묘하게 놀리다', '조종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 '손에 꼭 쥐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이것이 나중에 '절조, 지조'의 뜻으로 바뀌었습니다.

견지아조(堅持雅操)는 곧고 바른 지조와 절개를 견고하게 지킨다는 말입니다. 견지(堅持)'굳게 지닌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굳게 지니느냐 하면 아조(雅操)를 굳게 지닌다는 말입니다. 아조(雅操)'바른 지조', '곧은 지조와 절개'를 말합니다. ()'우아하다'는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바르다'는 뜻입니다.

정치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손익(損益)에 따라서 처음에 먹은 마음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주변에서 때로는 권력으로, 때로는 금전으로, 또는 당파(黨派)의 이해관계로 마음을 흔들고 충동질해서 처음에 선량하게 먹은 마음을 흔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을 당하면 마음이 크게 흔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지조를 바꾸는 경우는 비일비재(非一非再)합니다.

이런 속에서 바른 지조를 견지한다는 것은 보통의 지조로서는 힘들 것입니다. 대인배냐 소인배냐는 순경(順境)보다는 역경(逆境)에 처해 있을 때 잘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팔풍(八風)에 흔들리지 않고 바른 지조를 견지하는 사람이야 말로 참다운 선비요 군자(君子)라 할 것입니다.

팔풍(八風)이란 팔법(八法)이라고도 하는데, ()()()()()()()()을 말합니다. 이것은 사람을 선동하므로 풍()이라 합니다. 팔풍을 간단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첫째 바람은 이()입니다. 이득(利得)을 말합니다.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이 이()의 바람이 가장 큰 바람일 것입니다.

둘째 바람은 쇠()이니, 이는 일이 잘 뜻대로 되지 않고 실패하여 손실(損失)을 입었을 때 이는 바람입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실의(失意), 낙담(落膽)에 빠지게 되지요.

셋째 바람은 훼()이니. 이는 뒤에서 험담하는 것을 말합니다. 뒤에서 험담하는 것을 듣고 누군들 좋아하겠습니까? 마음이 요동치게 됩니다.

넷째 바람은 예()이니, 이는 뒤에서 칭찬하는 것을 말합니다. 누군가 자신을 뒤에서 칭찬하다면 마음이 우쭐해질 수 있습니다. 명예가 올라가는데 좋아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다섯째 바람은 칭()이니, 이는 면전에서 칭찬하는 것을 말합니다. 뒤에서 칭찬하는 것도 우쭐할 일인데 면전에서 칭찬을 받는다면 머쓱하기는 해도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

여섯째 바람은 기()이니, 면전에서 비방하는 것을 말합니다. 누가 면전에서 자신을 비방하고 욕한다면 동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보통 반응은 즉각 나오게 마련입니다.

일곱째 바람은 고()이니, 괴로움을 말합니다. 이 괴로움은 사고를 당하여 아플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 괴로울 수도 있는데 이런 때를 당했을 때 동요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 여덟째 바람은 낙()이니, 즐거움을 말합니다. 즐거운 일이 생기면 기뻐합니다. 이때도 우리의 마음은 동요합니다.

이런 팔풍에 동요하지 않을 사람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경계에 따라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따르는 것은 자연스런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극단에 치우치는 일입니다.

견지아조(堅持雅操)는 이런 팔풍 속에서도 바른 지조를 훼손하지 않는 것입니다. 바른 지조를 굳게 지켜, 의당 나에게 있는 도리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호작자미(好爵自縻) 좋은 관직 벼슬이 저절로 엮겨 온다

()는 여() + ()의 회의자(會意字), 어머니인 여성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양에서, '좋고 아름답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설문(說文)에서는 '여자의 아름다움'이라 했습니다. 여기서는 '좋다, 훌륭하다'의 뜻입니다.

()은 고대 갑골문(甲骨文)금문(金文)은 상형자(象形字), 참새 모양의 의식용(儀式用) 주기(酒器) 모양으로 형상화하여, '술잔'의 뜻을 나타냅니다. 여기에 전문(篆文)을 옮길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전문(篆文)은 윗부분이 참새의 상형(象形)이고, '()'은 그 안에 담는 ''의 뜻입니다. ()''의 뜻으로 , 술을 넣은 참새 모양의 술잔을 손에 든 모양의 회의(會意) 글자입니다.

()은 본래 '참새()를 그린 술잔을 손에 잡는 형상이기에 '술잔'의 뜻이나 나중에 '작위'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벼슬을 줄 때 술잔을 하사했기에 뜻이 바뀌었다 할 것입니다. 그래서 작()'참새, 술잔, 벼슬'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벼슬'의 뜻입니다.

()는 상형자(象形字), 코를 상형한 글자입니다. 그래서 '자기(自己)', ''를 뜻합니다. 또 가차(假借)하여 조자(助字)로 쓰일 때는 '~부터, ~에서'로 쓰입니다.

()는 사() + ()의 형성자(形聲字), ()''이란 뜻입니다. 삼으로 밧줄처럼 엮은 것이기에 '소고삐'를 뜻하게 되고, 소고삐는 소를 잡아매는 것이므로 '잡아매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이것이 또 나중에 '얽히어 이르다'의 뜻으로 활용됩니다.

호작자미(好爵自縻)는 좋은 벼슬이 저절로 엮겨 온다는 뜻입니다. ()'좋다, 훌륭하다'의 뜻이고, ()'벼슬'의 뜻입니다. 호작(好爵)'좋은 벼슬, 좋은 관직, 높은 벼슬'이란 뜻입니다. 높은 벼슬을 받게 되면 지위가 높아지는 법이지요. 자미(子縻)는 스스로 자()와 엮을 미()이니 '절로 엮겨 온다'는 뜻입니다. 저절로 온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작()이란 말이 나왔으니 작호(爵號)에 대해서 간단히 살피고 넘어갈까 합니다.

주례(周禮)》『천관태재(天官太宰)의 주()작위 공후백자남경대부야(爵謂 公侯伯子男公卿大夫也)라는 말이 있습니다. "벼슬은 공대부를 이르는 것이다."

공작(公爵)후작(侯爵)백작(伯爵)자작(子爵)남작(男爵)의 오등작(五等爵)을 대하면 어쩌면 서양의 작호(爵號)를 연상할지 모르지만 이는 일찍이 주()나라 때 있어 온 작호(爵號)입니다.

주나라에서 봉건제도를 시행하면서 황족이나 공신, 귀족에게 내린 귀족계급입니다. 주나라를 건국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던 강태공(姜太公)이 제()나라의 공작(公爵)에 봉해진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은 일반적으로 황제의 형제 등 가까운 황족에게 주어진 호칭이지요. 말하자면 왕()입니다. 주왕실은 왕()이라 칭하고 천자(天子)라 했지요. '()' 는 황실의 친척과 공신에게 주어지는 호칭이었습니다. 이 밖에 등급에 따라 백()()()의 작위(爵位)가 있었습니다.

주례(周禮)에 의하면, 공작(公爵)에게는 사방 500리 봉지(封地)에서 걷은 조세의 1/2이 주어졌고, 후작(侯爵)은 사방 400리 봉지에서 걷은 조세의 1/3, 백작(伯爵)은 사방 300리 봉지에서 걷은 조세의 1/3, 자작(子爵)은 사방 200리 봉지에서 걷은 조세의 1/4, 남작(男爵)은 사방 100리의 봉지에서 걷은 조세의 1/4이 주어졌다고 합니다.

서양 유럽에서도 왕정시대에는 왕실의 관료가 되는 귀족에게 계급에 따라 주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오등작의 작위를 주었는데 오늘날 우리가 오등작을 말할 때는 서양의 관작을 연상하게 됨은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개 동양의 역사보다는 사양의 역사에 익숙해서인지 모릅니다.

() 때문에 좀 길어졌네요.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다음을 살펴보겠습니다.

호작자미(好爵子縻)란 좋은 벼슬이 저절로 온다는 뜻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좋은 벼슬이 저절로 굴러온다는 말이니 얼마나 좋은 말입니까? 좋은 벼슬이 넝굴째 굴러온다니 무슨 말일까요? 무조건 그냥 굴러올 리는 만무하니까요. 무슨 일이고 인과(因果)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앞 절의 내용이 그 답입니다. 그것은 바로 견지아조(堅持雅操)입니다. 바른 지조를 굳게 지켜 나에게 주어진 도리를 다한다면 좋은 벼슬이 저절로 온다는 말입니다. 좋은 벼슬을 가지려고 상대를 중상모략하고 음해하지 않아도 뜻을 바르게 가지면 때가 되면 저절로 이르게 됨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상모략 음해로 설사 벼슬을 얻었다 해도 그것이 얼마나 가겠습니까?

맹자(孟子)》『고자장구(告子章句) 에 천작(天爵)과 인작(人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천작은 하늘이 내린 벼슬이고, 인작은 사람이 만들어 낸 벼슬을 말합니다. 따라서 천작은 사람이 버려서는 안 되는 벼슬이지만 인작은 취해도 그만 안 취해도 그만인 벼슬입니다.

맹자(孟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에게는 천작(天爵)이 있고 인작(人爵)이 있는데, ()()()()이란 선()을 즐겨 행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천작(天爵)이요, 공경(公卿)대부(大夫)는 인작(人爵)이다."

孟子曰 有天爵者 有人爵者 仁義忠信 樂善不倦 此天爵也 公卿大夫 此人爵也

(맹자왈 유천작자 유인작자 인의충신 낙선불권 차천작야 공경대부 차인작야)

맹자는 인의충신(仁義忠信)이란 선()을 행하는 것이 하늘이 내린 벼슬이란 것입니다. 이런 네 가지 덕을 닦는 것은 천작을 누린다는 이야깁니다. ()은 성()과 통합니다. 이런 천작(天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라야 인작(人爵)도 여법하게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르기를 "천작을 지키면 인작은 저절로 온다." 하였습니다.

인의충신(仁義忠信)의 선()을 행하는 것이 견지아조(堅持雅操)라면 인작(人爵)이 저절로 옴은 호작자미(好爵自縻)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참고로 살피고 넘어갈 것은 호작자미(好爵自縻))에 대해서 색다르게 해석하는 분도 있으니 간단히 살펴볼까 합니다.

호작자미(好爵自縻)는 일반적으로 '좋은 벼슬이 저절로 엮겨 온다.'라 하여 호()를 작()을 꾸며 주는 관사(冠詞)로 해석하는데, 호를 동사(動詞)로 해석하여, "벼슬을 좋아하면 스스로 얽히게 된다."로 해석하는 분도 있습니다. 벼슬을 탐하다가 스스로 얽매어 화()를 부른다는 이야깁니다. 이 뜻도 아울러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니 스스로 바른 지조를 지켜 살아갈 일입니다.

이것으로 제7장 치국편(治國篇)을 마치게 되는데 나라를 바르게 다스려 나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것으로, 우선적으로 백성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늘 가질 것이며, 절의(節義)와 청렴(淸廉)은 어떠한 난관에서도 훼손되어서는 아니 되며, 성정(性情)을 편안히 가질 것이며, 참됨을 지켜 물욕(物欲)을 떠날 것이며, 바른 지조(志操)를 견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음으로 봅니다. 이런 마음과 자세, 즉 도덕성이 갖추어져야만 바른 정치가 이루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