肆筵設席 鼓瑟吹笙
【本文】
肆筵設席 鼓瑟吹笙 사연설석 고슬취생
대자리를 깔아놓아 앉을 자리 마련하고
비파를 연주하고 생황저를 불었도다.
【훈음(訓音)】
肆 늘어놓을 사 筵 자리 연 設 베풀 설 席 자리 석
鼓 북 고 瑟 비파 슬 吹 불 취 笙 생황 생
【해설(解說)】
지난 장에서는 궁전 내의 많은 건물과 건물 안의 장막과 기둥의 화려함에 대하여 묘사했음을 공부했습니다. 천자문 방학을 한 지 넉 달이 넘었습니다. 꽤 오래 쉬었습니다. 그 동안 신상문제로 못하였는데 다시 재개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내용은 천자가 머무는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에서 천자나 황후 등의 경사스러운 일이 있거나 제후 및 군신들이 전공(戰功)을 세웠거나 축하할 일이 있으면 천자가 제후 및 군신들에게 연회(宴會)를 베풀고 음악을 연주하여 군신간에 화합을 도모하고자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연설석(肆筵設席) 대자리를 깔아놓아 앉을 자리 마련하고
사연설석(肆筵設席)은 무슨 뜻일까요? 우선 글자가 까다롭지요? 한자 한자 알아보겠습니다. 늘어놓을 사(肆), 자리 연(筵), 베풀 설(設), 자리 석(席).
사(肆)는 형성자(形聲字)인데 금문(金文)은 우(又) + 이(㣇)입니다.
이(㣇)는 털이 긴 짐승의 상형(象形)이고, 우(又)는 손 모양입니다. 털이 긴 짐승을 잡아, '모피를 펴 바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파생하여 , '늘어놓다', '가게'의 뜻도 나타냅니다. 또, 전문(篆文)은 장(長) + 이(隶)의 형성자로 본뜻은 '극진'으로 나중에 '진(陳)'의 뜻으로 바뀌었습니다. 사(肆)를 '방자하다'의 뜻으로 쓰는 것은 '자(姿)'의 글자와 통용에 의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보통 사진야(肆陳也)라 했으니 '벌여놓는다'는 말입니다.
연(筵)은 죽(竹) + 연(延)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연(延)은 '펴다, 늘이다'의 뜻입니다.
대나무로 만든 것을 펴서 까는 '자리'의 뜻입니다. 연죽석야(筵竹席也)라 했으니 연(연)은 대자리를 뜻합니다. 흔히 연석(筵席)이라 하면 연회(宴會)의 자리를 말합니다. 그런데 연(筵)은 대자리로 밑에 까는 것을 말하고 석(席)은 위에 까는 것을 뜻합니다.
설(設)은 언(言) + 수(殳)의 회의자(會意字)로, '언(言)'은 기도의 말의 뜻이고, '수(殳)'는 몽둥이를 손에 들고 때리다의 뜻입니다. 완력(腕力)이나 염력(念力)을 끊임없이 가하여 베푸는 모양에서, '베풀다, 늘어놓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석(席)은 건(巾) + 서(庶)의 형성자(形聲字)로, '서(庶)'는 자(藉)'와 통하여, 풀을 엮은 '깔개'의 뜻을 나타냅니다. 연(筵)이 '대자리'라면 석(席)은 '돗자리'로 귀인이 앉는 자리입니다.
석(席)은 '까는 자리, 요나 방석'을 뜻하기도 하고, 좌석(坐席). 입석(立席)처럼 '서거나 앉는 자리'도 뜻합니다. 또한 '자리를 깖'도 뜻합니다.
그래서 사연설석(肆筵設席)은 대자리를 깔아놓아 앉을 자리를 마련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연회를 베풀기 위하여 자리를 펴고 좌석을 놓는 모습을 뜻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연(筵)과 석(席)은 모두 '자리'를 뜻하는데 연(筵)은 대자리로 밑에 까는 것을 말함이니 '넓게 펴는 것을 말하고, 석(席)은 위에 까는 것을 말함이니 좌석(坐席), 의자 등을 뜻한다 할 것입니다.
사연설석(肆筵設席)이란 말은 《시경(詩經)》『대아편(大雅篇)』「생민지습(生民之什)」'행위(行葦)'에 나오는데 이는 주나라의 왕조의 충후(忠厚)함을 노래한 시라고 합니다.
敦彼行葦 단피행위 더부룩한 길가의 갈대
牛羊勿踐履 우양물천리 소와 양이 밟는 일 없게 하라.
方苞方體 방포방체 서로 앞다투어 길게 자라니
維葉泥泥 유엽이니 그 잎이 야들야들하네.
戚戚兄弟 척척형제 정다운 우리 형제들
莫遠具爾 막원구이 멀고 가까움 없이 모두 모였으니
或肆之筵 혹사지연 멍석을 줄지어 깔고
或授之几 혹수지궤 탁자 놓아 잔치하세.
肆筵設席 사연설석 멍석 위에 돗자리 깔고
授几有緝御 수궤유즙어 심부름꾼들 번갈아 탁자를 나르네.
或獻或酢 혹헌혹작 주거니 받거니 돌려가며
洗爵奠斝 세작전가 술잔 비우고 다시 권하네.
................... 중 략 .................................
형제들이 멀고 가까움 없이 모두 모여 격의 없이 멍석을 깔고 그 위에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탁자를 놓고 잔치를 벌이며 주거니 받거니 권커니 자커니하며 흥겨워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고슬취생(鼓瑟吹笙) 비파를 연주하고 생황저를 불었도다.
연회를 하기 위하여 자리를 깔아놓고 자리를 마련했으니 술과 음식이 준비되었겠지요. 천자가 베푸는 연회이니 풍악이 없을 수 없겠지요. 이제 음악이 등장합니다. 먼저 글자를 살펴보겠습니다. 북 고ㆍ탈 고(鼓), 비파 슬ㆍ큰거문고 슬(瑟), 불 취(吹), 생황 생(笙)
고(鼓)는 주(壴) + 지(支)의 회의(會意)자로, 주(壴)는 북을 본뜬 것이며, 지(支)는 철(屮) +우(又)로, 《설문(說文)》에서는 '복(攴)'으로도 쓰며, 손에 채를 잡고 치는 모양을 본뜬 것입니다. '북을 치다', '북'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북은 두드리는 것이므로 '두드리다'의 뜻이 있고, 거문고와 같은 악기를 '타다, 연주하다'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슬(瑟)은 금(珡) + 필(必)의 형성자(形聲字)로, '금(珡)'은 '금(琴)'의 본자(本字)입니다.
'필(必)'은 빈틈없이 붙다, 줄이 양쪽으로부터 빽빽히 벌여 있다의 뜻입니다. 이것은 줄의 수효가 많은 '거문고'의 뜻을 나타냅니다. 슬(瑟)은 '큰거문고'를 뜻하지만 여기서는 '당비파'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취(吹)는 흠(欠) + 구(口)의 회의자(會意字)입니다. '흠(欠)'은 입을 크게 벌린 사람의 상형으로, 입으로 '불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설문(說文)》에 취허야(吹噓也)라 했으니 '숨결을 내뿜다', '불다'의 뜻입니다.
생(笙)은 죽(竹) + 생(生)의 형성자(形聲字)로, '생(生)'은 '나다'의 뜻입니다. 죽관(竹管)이 가지런히 나 있는 모양으로 열세 개의 관(管)이 있는 피리의 뜻으로 생황(笙簧)을 뜻합니다. 또 정월(正月)에는 만물이 소생(蘇生)하니 죽(竹)과 생(生)이 합하여 생(笙)이 되었는데 이를 생황이라 이름하고 생(笙)을 정월지음(正月之音)이라 하였습니다.
고슬취생(鼓瑟吹笙) 비파를 연주하고 생황을 불었다는 뜻입니다. 고슬(鼓瑟)이란 단어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첫째는 '북과 비파'를 뜻합니다. 둘째는 '비파를 탄다', '비파를 연주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둘째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이는 군신들의 흥취를 북돋우기 위해서 베풀어지는 연주입니다. 아마도 군신들이 거나하게 취하여 음악에 맞추어 춤을 덩실덩실 추었을 것입니다. 이런 흥겨움 속에 군신관계는 더욱 공고해졌을 것입니다. 군신들의 화락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고슬취생(鼓瑟吹笙)이란 말은 《시경(詩經)》『소아편(小雅篇)』「녹명지습(鹿鳴之什)」 '녹명(鹿鳴)'에 나오는데, 이는 임금이 여러 신하들을 모아놓고 잔치를 베풀 때 부르던 노래라고 합니다.
呦呦鹿鳴 유유녹명 사슴은 소리내어 울며
食野之苹 식야지평 들판에서 사철쑥 뜯네.
我有嘉賓 아유가빈 내게 귀한 손님 오셨으니
鼓瑟吹笙 고슬취생 슬을 뜯고 피리부세.
吹笙鼓簧 취생고황 생황을 불면서
承筐是將 승광시장 폐백 드리오니 부디 받아주소서.
人之好我 인지호아 이 사람을 어여삐 여기시어
示我周行 시아주행 대도로 이끌어 주소서.
................. 중 략 .............................
들판에서 평화롭게 모여 무리를 부르며 풀을 뜯는 사슴의 모습을 연상하며 군신도 그와 같이 화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와 같은 노래를 비파와 생황으로 연주하여 여러 신하들을 기쁘게 했을 것입니다.
사연설석(肆筵設席) 고슬취생(鼓瑟吹笙)을 통하여 생각해 보면, 군신이 화합하면 정사는 순조롭게 되고 태평성세를 구가할 것입니다. 이것이 소통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런 자리를 빌어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수렴하여 정사에 반영한다면 부국강병의 나라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