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진의漢字..

전광진 교수의 '하루한자와 격언'[403] 廢棄(폐기)

bindol 2020. 12. 8. 09:08

廢 棄

*못쓸 폐(广-15, 3급)

*버릴 기(木-12, 3급)

 

‘이런 낡은 것들은 이제 모두 폐기할 시기이다’의 ‘폐기’는?

①廢寄 ②廢棄 ③弊棄 ④弊寄. 한자는 하나의 네모 칸 안에 많은 획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자형이 비슷비슷하여 눈 닦고 자세히 잘 살펴봐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세심한 관찰력이 절로 생기는 이점이 있다. 아무튼 정답인 ‘廢棄’를 잘 관찰해보며 의미 정보를 하나하나 캐내 보면 즐거움이 생기고 사고력이 는다.

 

廢자가 본래는, 한 쪽 모퉁이가 무너져서 ‘사람이 살지 않고 내버려 둔 집’(deserted house)을 뜻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집 엄’(广)이 의미요소로 쓰였다. 후에 ‘내버려두다’(let be) ‘그만두다’(discontinue)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棄자는 갓난애를 삼태기에 담아 두 손으로 바쳐 들고 내다버리는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云’은 ‘子’자가 거꾸로 된 모양이니 대충은 짐작할 수 있겠다. 아득한 옛날에는, 원치 않는 아기를 낳은 경우 내다버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래서 ‘버리다’(abandon)는 뜻을 그렇게 나타냈다. 야만적 배경이 참으로 끔직하다.

 

廢棄(폐:기)는 ‘못쓰게[廢] 된 것을 버림[棄]’, ‘조약ㆍ법령 따위를 무효로 함’을 이른다. 없애야 할 것은 없애야 함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런데 무엇을 없애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異見이 있을 수 있으니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판단해야 한다.

 

당나라 때 정치적인 異見으로 좌천당하여 벽지에서 47세에 요절하였지만, 600여 편의 시를 남겨 역사에는 길이 남은 유종원이 남긴 말을 옮겨본다.

“흐린 물을 없애야 맑은 물이 흐르고, 탐관오리를 없애야 청렴한 사람이 우뚝 선다.”

(蠲濁而流淸 견탁이유청, 廢貪而立廉폐탐이립렴 - 柳宗元).

 

▶全廣鎭 ․ 성균관대 중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