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11)
음주 飮酒
음주(飮酒)는 술을 마신다는 말입니다. 飮은 주로 ‘마신다’는 뜻으로 ‘음’이라고 읽습니다. 이 글자는 食(밥 식)과 欠(하품 흠, 부족할 흠)이 합쳐진 것으로, ‘입을 크게 벌려 밥을 먹는다’는 의미가 아니고 ‘술을 마신다’는 의미입니다. 글자로 보면 분명히 ‘밥 식, 먹을 식’인데
‘먹는다’라고 하지 않고 ‘마신다’는 뜻이 되니 이상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옛날 이 글자의 古字는 飮(마실 음)으로 썼던 글자였습니다. 이것은 今(이제 금)과 酉(술독 유)와 欠(하품 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자를 해석해 보면 ‘술독에 있는 술을 입을 벌려 마신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㱃은 小篆(소전)의 글자이고 그 뒤에 나온 隸書體(예서체)에서 飮으로 변형된 글자입니다. 옛날 甲骨文(갑골문)의 그림을 보더라도 ‘사람이 머리를 숙이고, 손에 술독을 잡고 혀를 내밀고 술을 마시는 모양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술도 먹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술을 먹는 것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한자어로는 뭐라고 할까요? 바로 鯨飮(경음)이라 합니다. (고래 경, 마실 음). 즉 ‘고래가 물을 들이키듯이 술을 많이 마신다’는 말입니다. 그런 사람을 ‘술고래’라고 합니다.
酒은 ‘술’을 뜻하고 ‘주’라고 읽습니다. 이 글자는 氵(물 수)와 酉(닭 유, 술 유, 술독 유)가 합쳐진 것입니다. 여기서 酉는 地支(지지)로 쓰일 때에는 닭의 뜻으로 쓰이지만 그 외에는 모두 술독이나, 술병을 의미합니다. 酉의 그림을 보면 ‘밑이 뾰족한 술항아리’를 그린 상형자입니다. 이 술병은 목이 긴 모양이며 술이 들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 가차가 되어 ‘열 번째 지지 유’로 쓰였는데, 그 이유는 음력 8월에는 기장이 익고 그것으로 술을 빚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음력 8월의 별칭을 酉月(유월)이라고도 합니다.
酉時는 오후 다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의 시각을 말합니다. 이 시간에는 해가 저무는 시간이니 사람들이 농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닭 역시 마당에서 노닐다가 닭장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입니다. 닭은 어두워지면 움직이지 못하기에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닭과 술은 이상하게도 관련이 많습니다. 닭은 술을 마실 때 안주거리로 현대에는 ‘치맥’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자주 찾는 안주입니다. 그리고 닭이 물을 마시는 모습이나 사람이 술을 마시는 모습 또한 너무나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묘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술을 즐기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술은 너무 과하면 독이 됩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술을 伐性之毒(벌성지독)이라 하여 ‘술은 사람의 본성을 쳐버리는 독이다’라고도 했습니다. 그 반대로 ‘술은 잘 쓰면 약이 된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술을 다른 말로 百藥之長이라 하여 ‘술은 모든 약 중에서 으뜸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은 술은 과하면 독이요, 적당하면 약이 되니 적당히 즐겁게 마셔야 할 것입니다. 글 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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