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17)
과녁(貫革)
과녁이란 말은 활이나 총 따위를 쏠 때 표적으로 만들어 놓은 물건을 가리키거나 어떤 일의 목표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하지만 과녁은 본디 한자말인데, 漢字(한자)로는 貫革(관혁)이라 씁니다. 이 貫革이란 말을 連音(연음)으로 읽으면 과녁이 됩니다. 먼저 貫革에서 貫은 꿰다, 뚫다, 이루다, 통과하다의 뜻이며 音價(음가)는 ‘관’이라고 읽습니다. 貫을 풀어보면 毌(꿰뚫을 관)과 貝(조개 패, 돈 패)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毌이나 貝 둘 다 뜻을 나타낸다고 했습니다. 설문해자에서는 ‘돈이나 조개를 꿴다는 뜻이다’라고 풀이 하고 있습니다. 毌(관)의 모양은 구멍이 뚫린 동전을 꿴 모양입니다. 그것이 바로 돈을 뜻하는 재물(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貫은 돈꿰미를 뜻하기도 합니다. 옛날에 엽전을 꿴 한 다발을 생각하시면 딱 맞습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말에 예를 들어 ‘감자 한 관 주세요.’ 할 때 한 관의 무게가 바로 엽전 한 꾸러미의 무게입니다. 그래서 무게의 단위로도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革은 皮(가죽 피)와 비교해 보면 좀 차이가 있습니다. 皮는 막 잡은 짐승의 가죽, 즉 그 껍질을 벗긴 것이기에 털이 그대로 있는 거친 상태를 말한다면, 革은 짐승 자죽의 털을 제거한 것이라 하였고, 古文(고문)에서는 ‘두 손으로 가죽을 다듬는 모양을 그린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고치다, 새롭게 하다, 바꾸다’ 의미가 된 것입니다. 지금 쓰이는 말로는 變革(변혁), 改革(개혁), 革新(혁신), 革罷(혁파) 등에 쓰입니다. 물론 皮革이라 하여 가죽의 의미도 있습니다.
古書(고서)인 白虎通義(백호통의)에서는, 天子(천자)는 곰이 그려진 과녁을 쏘고, 諸侯(제후)는 큰 사슴이 그려진 과녁을 쏘고 大夫(대부)는 호랑이나 표범이 그려진 과녁을, 士(사)는 사슴이나 멧돼지가 그려진 과녁을 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德(덕)으로 복종시켜야 할 것을 비유한 것이라 했습니다. 군주는 陽이므로 하나의 과녁에 쏘는 것이며, 대부와 사는 신하인 陰에 해당 되므로 두 동물의 그림 과녁에 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과녁을 侯(과녁 후, 제후 후)라 이름 지은 것은 만약에 天子에게 주기적으로 하는 조회에 참여하지 않은 諸侯가 있다면 마땅히 그가 화살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화살은 堂(당) 올라가서 쏘는데, 그 이유는 위에서 아래를 굽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天子는 120보를, 諸侯는 90보를, 大夫는 70보를, 士는 50보 거리에서 각각 활을 쏜다고 했습니다. 그 차이가 나는 이유는 존귀한 사람은 복종시켜야 할 범위가 멀고 넓기 때문이고, 낮은 사람은 그 범위가 가깝고 좁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활을 쏠 때는 손으로 활을 단단하고 굳세게 잡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몸이 바르게 되어야만 과녁에 적중시킬 수 있는 법입니다. 공자는 활쏘기를 人文(인문) 교육의 하나라고 禮讚(예찬)을 하셨는데, 그 이유는 활쏘기가 두 사람이 승부를 겨루면서 德을 培養(배양)하고 禮讓(예양)을 으뜸으로 하니 德育(덕육)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글/ 경문 김대일(한자진흥회 지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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