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18) '경위'

bindol 2020. 12. 18. 11:17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18)

경위(經緯)

 

경위(經緯)란 말은 1>직물(織物)의 날과 씨를 아울러 이르는 말. 2>일이 진행되어 온 과정.

3>經度(경도)緯度(위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한자어로 다른 경위(涇渭)란 말은 사리의 옳고 그름이나 이러하고 저러함에 대한 분별한다.’는 뜻인데, 중국의 경수(涇水) 강의 강물은 흐리고 위수(渭水) 강의 강물은 맑아 뚜렷이 구별된다는 데에서 나온 말입니다.

또 다른 경위(警衛)경계하여 호위하다.’는 말이며, 또 경위(傾危)형세가 위태롭다.’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위(頸圍)는 목의 둘레를 말합니다. 그 외에도 더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말은 한자어이니 한자를 倂記(병기)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분간하기가 당연히 어렵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경위(經緯)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은 날실을 의미하며 이라고 읽습니다. 날실은 베틀에서 천을 짤 때, 세로 방향으로 놓는 실을 말합니다. , 날을 세운 방향입니다. 베틀에 있는 실을 보지 못한 현대인들은 날실과 씨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는 실 멱)(지하수 경, 물줄기 경)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은 원래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 다섯 가닥을 꼰 모양입니다. 물론 (실 사)는 열 가닥을 의미하겠지요. 누에고치의 실은 워낙 가늘기 때문에 이와 같이 여러 가닥으로 꼬아야만 실로 쓸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는 여러 가닥으로 꼰 실을 의미하게 됩니다. ()은 맨 위의 은 땅을 의미하며, ()은 물이 흘러 지하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이며, ()은 물이 모이는 암반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說文(설문)의 해석은 물줄기라 한 것입니다. 하지만 金文(금문)의 해석은 베틀의 날줄이 걸린 모습이라 하였습니다.

어쨌거나 (베 등이) 짜지면서 지나가게 되니 지날 경이라 해석되며, 날실이 아래로 반듯하게 걸려야 베가 짜지므로 사람을 반듯하게 만들어 준다는 의미로 법이나 도리의 의미로 쓰는 글자입니다. (가는 실 멱)(다룬 가죽 위)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여기서는 만 살펴보겠습니다. 자는 (입 구)자의 아래위로 있는 것은 사람의 발을 그린 것으로 짐승의 가죽(의 모양)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람이 밟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 부드럽게 무두질을 한 가죽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다룬 가죽 위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글자에는 어긋나다의 의미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입 구)를 어떤 지역의 의미로 보고, 아래위로 있는 발은 돌아가며 그 지역을 경계하는 모습으로 본다면 그 발의 모습이 서로 어긋나게 가는 모습이므로 어긋나다의 뜻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설문의 해석이 (어길 위)本字(본자)라고 했습니다. 갑골의 해석으로는 는 두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주위를 둘러싼 모습으로 初文(초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또 그러한 의미로 쓰는 글자가 (지킬 위)가 있습니다. 이 세 글자는 의미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는 실()이 어긋나다()의 의미입니다. 즉 날실이 내려오는 방향과 어긋나게 가로로 씨를 주는 실이기 때문입니다. 이 씨실을 북에 넣어서 가로로 왔다 갔다 하면서 베를 짜는 겁니다. 그 북은 ()라고 씁니다. / 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