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31)>
압권 (壓卷)
오늘은 壓卷(압권)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壓卷(압권)을 國語辭典(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1.여러 책이나 작품 가운데 제일 잘된 책이나 작품. 2.하나의 책이나 작품 가운데 가장 잘된 부분. 3.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이라고 나옵니다. 壓卷(압권)을 漢字(한자)의 意味(의미)로 살펴보겠습니다.
壓(압)이란 주로 누르다, 抑壓(억압)하다, 막다, 鎭壓(진압)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압’으로 읽는 글자입니다. 壓(압)은 厭(염)과 土(흙 토)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厭(염)을 또 다시 풀면 厂(언덕 한)과 甘(달 감)과 肰(개고기 연)으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지금은 甘(달 감) 대신에 日(해 일)로 쓰지만 원래 甘이 맞습니다. 이 글자를 풀이 해 보면 언덕이라 뜻과 甘(감) + 肰(연)이므로 단 개고기가 됩니다.
개고기가 달다. 즉, 맛있다는 말입니다. 이북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합니다. 따라서 맛있는 개고기를 더 이상 못 먹을 정도로 배부르게 먹어서 배가 언덕 같다는 말이 됩니다. ‘배가 남산만하다’는 말도 있듯이. 여기선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 모양을 말하는 겁니다. 이렇게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기 싫은 법입니다. 그래서 ‘물리다, 싫어하다, 막다, 누르다’의 뜻으로 쓰며 ‘염’으로 읽는 글자입니다.
‘엽’의 音價(음가)도 있습니다. 엽으로 읽히는 글자로는 靨(보조개 엽)등이 있습니다. 보조개는 얼굴(面)의 볼을 누르는(厭)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壓(압)을 풀어보면 ‘흙으로 누른다, 막다’는 뜻이 되므로 주로 ‘누를 압’이라고 읽는 글자입니다. 卷(권)은 ‘책, 두루마리, 말다, 굽히다’ 등의 뜻이며 ‘권’으로 읽는 글자로, 윗부분의 글자는 ‘말 권, 구부릴 권’으로 읽는 글자이며 원래는 ‘주먹밥을 말다’는 뜻입니다.
아랫부분은 㔾(병부 절)로 읽으며, 이 두 글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㔾(병부 절)의 모양은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양을 그린 것입니다. 명령을 받는 사람은 반드시 무릎을 꿇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에 ‘절’이란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린 자세가 절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무릎 꿇을 절’이라고도 하는 글자입니다. 따라서 卷(권)을 풀이하면 ‘구부려서 둥글게 말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책(竹簡;죽간)을 보관할 때는 구부려서 둥글게 말아서 保管(보관)한다는 말입니다. 原來(원래) 壓卷(압권)이란 말은 科擧(과거)를 치르고 난 뒤에 가장 優秀(우수)한 答案紙(답안지)는 따로 빼서 다른 답안지 위에 올려놓아 내리누르는 형세(形勢)가 된 데서 나온 말입니다. 壯元(장원)이 되는 답안지를 임금이 第一(제일) 먼저 보시라는 말이죠. 그리고 난 뒤에 임금이 그 답안지의 이름 위에 점을 찍어 주면 落點(낙점)하신 것입니다. 그 사람이 壯元及第(장원급제)가 되는 것입니다. 글/ 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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