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38) '도로(道路)'
도로(道路)는 일반적(一般的)으로 차량(車輛)이나 사람이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길을 말합니다. 하지만 道(도)도 길이요, 路(로)도 길을 뜻합니다. 이 두 글자가 똑 같은 의미라면 한 글자는 만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 글자가 의미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달리 글자를 또 만든 것입니다. 한자(漢字)의 어원(語原)으로 길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길은 길게 이어져야 하며, 빠지는 구덩이가 없어야 하고 평탄(平坦)해야 합니다. 그래서 편히 갈 수 있는 길, 흉(凶)이 없는 길을 ‘吉(길)하다’라고 합니다. 다니는 길에는 길 도(途), 길 도(道), 길 로(路)가 있는 데 그 차이(差異)를 알아보겠습니다.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乘(탈 승)이라고 하는 데, 이 수레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1乘이라 하며 그 길을 途라 합니다. 2乘의 길을 道라 하고, 3乘의 길을 路라고 합니다.
즉, 길의 폭(幅)의 크기가 다른 것입니다. 예(例)를 들면 서울의 종로(鐘路)는 아주 넓은 길인데, 그것을 가로로 지르는 길을 街(거리 가)라고 하며, 종로 1街, 2街, 3街 이런 식으로 사거리가 됩니다. 을지로(乙支路), 퇴계로(退溪路)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街는 거리, 대로(大路), 한길(사람이나 차가 많이 다니는 넓은 길), 네거리 등을 의미하며 ‘가로 읽습니다. 다닐 행(行)에 흙을 포개 놓은 땅의 모양인 규(圭)를 합친 것으로 사거리는 길이 교차(交叉)되므로 흙이 겹쳐지게 되는 거지요.
길 도(途), 길 도(道), 길 로(路)를 다른 의미로 비교(比較)해 보겠습니다. 途(길 도)는 余(나 여)와 辶(쉬엄쉬엄갈 착)이 합쳐진 글자로, 余는 남방식(南方式) 집을 그린 것으로 내가 사는 집을 뜻한 것이지만 사는 주체(主體)는 ‘나’이므로 나를 뜻합니다. 이 두 글자를 합해보면 ‘내 집으로 가는 길’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갈 때에는 시간(時間)의 여유(餘裕)가 있어 천천히 가므로 서행(徐行) 하게 됩니다. 徐는 ‘천천히 할 서, 천천히 서’로 읽습니다. 道(길 도)의 옛 글자는 衟인데, 行(행)에 首(머리 수)를 합친 글자이고, 현재는 辶(쉬엄쉬엄 갈 착) 에 首를 씁니다. 사거리에 머리가 있는 모습이므로, 즉 사거리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方向)으로 머리를 돌려 향하고 가는 길을 말합니다.
道는 가고자 하는 목적지(目的地)에 인도(引導) 하는 길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도덕적(道德的)으로 향해가는 길도 道라고 합니다. 모든 동물들은 머리를 먼저 앞세우고 길을 가기 마련입니다. 路(길 로)는 발 족(足)과 각각 각(各)을 합친 글자로, 各은 足을 거꾸로 쓴 것이기에, 서로 왕복(往復)할 수 있는 길을 의미합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解釋)하면 각자 발로 걸어 다니는 길이 됩니다. 이처럼 漢字에서는 글자가 다르면 의미가 다른 법(法)입니다. 이렇게 漢字는 구별(區別)하여 알아야 합니다. 글/ 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40) '추천(推薦)' (0) | 2020.12.19 |
---|---|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39) '기각(棄却)' (0) | 2020.12.19 |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이야기 '사전' (0) | 2020.12.19 |
김대일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36)/ 강의(講義) (0) | 2020.12.19 |
김대일 교수가 전하는 한자이야기 '補充(보충)' (0) | 2020.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