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열둘(12)을 기본으로 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서양 음악이든 우리 국악이든 한 옥타브 안에는 12개 음이 있다. 즉 도레미파솔라시도(CDEFGABC) 안에는 반음까지 따져서 12음인 C-C#-D-D#-E-F-F#-G-G#-A-A#-B-C가 있다. 이 순서를 완전5도 위의 음정으로 돌리면 C-G-D-A-E-B-F#-C#-A♭-E♭-B♭-F-C로 움직이는 5도 순환(circle of 5th)이다. 완전4도 밑 음정으로 돌리면 5도 순환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4도 순환(circle of 4th)이다. 조성이 달라지면 조표가 달리 붙는데 신기하게도 5도 순환으로는 C 다음부터 오른쪽으로 #이 파도솔레라미시 순서로, 4도 순환으로는 C 다음부터 왼쪽으로 ♭이 시미라레솔도파 순서로 하나씩 늘어난다. 12개 음의 순환이 참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런데 동양에서 육십갑자를 따질 때 12지(十二支)인 쥐(子)-소(丑)-범(寅)-토끼(卯)-용(辰)-뱀(巳)-말(午)-양(未)-원숭이(申)-닭(酉)-개(戌)-돼지(亥)도 12개로 순환한다. 서양에서 별자리를 따질 때 양자리-황소자리-쌍동이자리-게자리-사자자리-처녀자리-천칭자리-전갈자리-사수자리-염소자리-물병자리-물고기자리도 12성좌다. 시계에도 12개 눈금이, 달력에도 12개 달이 있다. 양력 24절기에서도 12개 중기를 빼면 12개 절기가 있다.
세상은 12개로 정교하게 순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순환은 인간이 만들어낸 모형일 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한층 더 복잡다단한 순환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딱 여기까지 그만 아는 게 좋겠다. 세상에 대한 자신감보다 세상에 관한 경외감을 품으며.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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