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을 따지면 음악이 만국공통어가 되는 전제조건을 알 수 있다.
기타와 같은 현악기에서 줄의 길이를 1/2로 줄이면 한 옥타브 위로 완전8도 음, 2/3로 줄이면 위로 완전5도 음이 난다. 이렇게 피타고라스에 의해 정립된 음률은 서양음악의 음법이 된다. 음의 거리인 음정이 서로 어울리게 들리는 음률을 바탕으로 음악이 만들어졌다. 중세 시대 '성 요한 찬미가'도 이 음률에 따른 성악곡이었다. 음높이가 점점 올라가는 이 노래 가사에 Ut Re Mi Fa Sol La라는 단어가 있다. 11세기 이탈리아의 귀도가 여기서 웃레미파솔라 6음계를 창안했다. 이후 웃(Ut)은 도(Do)로 바뀌고, 시(Si)가 더해져 도레미파솔라시도 7음계가 되었다. 7음계 안에는 반음으로 따져 12음이 있다. 18세기 바하는 12개 각 음들의 으뜸음(root) 조성(tonality)에 따라 장조(Major)와 단조(minor)로 나누어 24개(12×2) 평균율 연습곡을 만들었다. 이 음법은 더욱 굳어지며 세계로 퍼졌다. 우리가 즐기는 음악도 이 음법에 따른다.
말이 다르면 문법이 다르듯 음악도 민족마다 음이 다르면 음법이 다르다. 국악에도 우리 음률에 따르는 12음계가 있다. 이를 서양음악의 7음계에 따라 5선악보로 옮길 수 있다. 하지만 각 음(note)마다 서양 12음계와 진동수가 다르니 음률이 다르고, 음계가 다르니 음법이 달라 흉내만 내는 일이다. 전 세계에 수천 개 음계가 있다. 우리는 불과 백여 년 전에 들어온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에만 귀가 익숙해졌다. 나라마다 만국개별음이 있음을 이해할 때 음악은 만국공통어가 된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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