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을 통해 한민족의 끈질김을 느낀다. 설날을 근 100년 만에 다시 찾았다.
설날에서 설은 무슨 뜻일까? ① 장이 선다에서처럼 새롭게 돋아 선다의 뜻. ② 선 밥처럼 제대로 익지 않은 설다의 뜻. ③ 나이 몇 살처럼 이전과 이후를 구분하는 살의 뜻. 필자의 판단으로는 ①로부터 ②와 ③의 뜻이 파생된 듯하다. 하나에서 열까지 16글자로 된 진본 천부경에 의하면 다섯과 여섯에서 섯은 처음 선다는 뜻이다. 그러니 설날은 일년 중에서 첫째로 선 날이다. 처음 선 설날은 익숙하지 않으니 낯설면서 한 살을 더 먹는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에서 까치는 새가 아니라 작음(小)을 뜻하는 아△에서 왔다. 아△→아즈→아치→까치가 되었다. 작은설인 까치설날은 음력 1월 1일, 큰설날의 바로 전날인 12월 말 섣달그믐이라고 하는데, 한 달여 이전인 동지의 다음 날이라고 해야 이치에 맞다. 동지섣달인 음력 11월 동지 다음 날부터 해가 점점 길어지니 그 날이 선날, 즉 설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설날은 음력 1월 1일이다. 중국도 이 기간을 춘제라 하지만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양력 1월 1일을 정월 첫날로 정했다. 그들은 일제 강점기에 설날을 고리타분한 구정으로 폄하시키며 양력 1월 1일을 신정으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우리 서민들은 광복 후에도 양력과 음력 1월 1일을 모두 쇠면서(二重過歲) 꿋꿋하게 설날을 지켜냈다. 결국 1986년에 구정설은 민속의 날로 어정쩡하게 살아났고 1989년부터 설날로 온전히 부활하였다.
습관의 힘은 질기다. 아직도 구정이란 말이 입에서 안 떨어졌다. 참으로 우리 전통의 설날이 버젓이 살아났는데도…. 버릴 것은 어서 빨리 내던져 버리자.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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