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낱말을 통해 20세기 전반의 한반도와 함께 지금의 국제 상황을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은 게다(木履)나 쪼리(草履)를 신었다.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껴서 신는 모양이 두 갈래로 발굽이 갈라진 돼지 족발처럼 보였다. 족발이 쪽빠리가 되었다. 일본인을 깔보는 말이다. 일본인도 대한제국 국민이었던 우리를 조센징(朝鮮人)이라고 깔보았다. 쪽빠리는 왜놈보다는 낫지만 어감이 거칠다. 중국인을 중국어로 발음하면 쭝꿔린이다. 일본인은 이를 쭝꼴린이라고 했고 짱꼴라가 되었다. 짜장면을 파는 중국집 주인의 돈상자 짱꾸이(掌櫃)에서 유래한 듯한 짱깨도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짱꼴라나 짱깨가 때놈이나 때국놈보다는 낫지만 어감이 안 좋다.
러시아인은 일본인을 야뽄스키라 했다. 일본인은 러시아인 이름 끝에 많은 스키를 붙여 러시아인을 로스키라 했다. 일제 강점기에 그말을 들었던 북한 사람들은 6·25전쟁 때 들어온 러시아 소련군을 로스키라 불렀다. 역시 비하하는 말이다. 영국으로부터 건너온 청교도들은 보스톤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뉴욕에 이주한 네덜란드인을 양키라 비하했다. 존(John)의 네덜란드 발음인 얀(Yan)은 네덜란드에 많았다. 양키(Yankee)란 네덜란드 촌놈이다. 남북전쟁 때 양키는 남군이 북군을 비하하는 말이었다. 지금 뉴욕 프로야구팀이 양키스지만 우리에게 양키에 대한 어감은 그리 좋지 않다.
동독·서독 때 독일 통일과 관련된 프랑스, 영국, 소련, 미국처럼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국가도 4개국(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이다. 통일이 순조로우려면 쪽빠리, 짱깨, 로스키, 양키 등의 비하적 표현을 지워야 할 것이다. 이제 쓸 데없는 감정을 추스르면서….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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