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40> 수다와 담화 : 무슨 말을 하며 살까? |

bindol 2021. 4. 18. 04:30

두 낱말 모두 말을 하는 것이다. 사람이 무슨 말을 하며 살까?

쓸데없이 말이 많은 수다의 어원은 무엇일까? 말(說)이 많은(多) 설다(說多)의 음이 변해 수다가 되었을까? 그런 것같지 않다. 필자의 주관적 판단으로는 고대 인도의 브라만교와 불교의 경전인 수트라(sutra)에서 온 것 같다. 남녀 간 사랑(Kama)에 관한 경전을 카마수트라라고 하듯이 수트라는 한자로 경(經)이다. 산스크리트어인 수트라를 팔리어로는 수타(sutta)라 한다. 우리말 수다에 더욱 가깝다. 불교 경전들인 수트라는 한자로 수다라(修多羅)라는 음을 따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결국 수다는 불교에서 온 말로 추정된다.

불교 용어 중에 좋은 뜻이었는데 안좋은 뜻으로 변한 낱말들이 많다. 야단법석(野壇法席)은 부처님께서 야외에 단을 차려 말씀을 설파하는 자리인데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서 서로 다투고 떠들고 시끄러운 난장판의 뜻으로 변했다. 이판사판(理判事判)은 공부를 하는 스님인 이판과 절의 업무를 보는 스님인 사판이라는 뜻인데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의 뜻으로 변했다. 화상(和尙)은 수행을 많이 한 스님이라는 뜻인데 말이 도무지 안통하는 답답한 사람의 뜻으로 변했다. 마찬가지로 수트라인 수다는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거룩한 경전이라는 뜻인데 쓸데없이 말이 많은 것으로 뜻이 변한 것같다. 좋은 말이라면 쓸데없는 말은 없다. 다다익선이다.

입담과 말발이 세든 말든 얼마든지 수다를 떨어도 좋다. 풍요로운 수다가 있는 대화는 삶을 즐겁게 한다. 그런데 뒤에서 하는 담화(談話)가 되면 문제다. 뒷담화를 까면 누군가의 뒤통수를 치게 된다. 악성 댓글처럼 남을 헐뜯는 뒷담화는 서로의 삶을 결국 아프게 한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