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집단을 이루면 멍청해질까? 똑똑해질까? 둘 다 가능하다.
집단의 우리말은 떼, 무리다. 떼라고 하면 거칠게 떼를 쓰는 떼법 등이 떠오르는 등 부정적 느낌이 든다. 하지만 떼 자체가 부정적일 이유는 없다. 어느 인간이고 떼에서 벗어나 살 수 없다. 떼인 집단(we)은 혼자인 개인(I)보다 똑똑하다. 가령 바다에서 조난당해 필요한 물품 20가지 순위를 나열하라고 할 때 개인이 혼자 생각해 정한 순위보다 집단이 논의를 거친 것이 맥가이버 등의 조난 전문가가 정한 순위에 가깝다고 한다.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집단 구성원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개진이다. 목소리 큰 힘센 어느 한 사람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른 사람들은 무조건 그의 의견에 동조해 집단의견이 형성되면 그 집단은 바보가 된다. 그것이 집단사고(group think)다. 1972년 어빙 제니스라는 심리학자가 케네디 정부 때 미국의 쿠바 피그만 침공 실패 등을 분석하면서 만든 말이다. 너무 하나로 똘똘 뭉쳐 응집력이 높으면 오히려 획일화된 집단사고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개인 한 사람보다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며 모이면 폭넓게(博) 아는 박사가 된다. 그것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다.
1911년 윌리암 휠러라는 곤충학자가 개미사회를 연구하며 제안한 개념이지만 인터넷 세상 이후 널리 퍼졌다. 웹2.0을 통한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지식in 등은 집단지성의 사례다.
그런데 네티즌 간에 막말, 욕설, 비난, 증오, 분노의 댓글이 난무하는 걸 보면 집단광란이다. 집단지성 이전에 집단윤리나 바로 섰으면 좋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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