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36> 사회와 회사 : 원래의 뜻은?

bindol 2021. 4. 18. 04:34

두 낱말은 한자가 똑같지만 앞뒤가 바뀌면서 뜻이 전혀 달라진다. 내용을 끄집어 내면 의미있다.

경복궁 옆에 사직단이 있다. 부산에도 사직동이 있다. 사(社)란 토지의 신이며, 직(稷)은 토지로부터 나온 곡식의 신이다.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소사이어티를 사회라고 번역했다. 송나라 문헌에 나오는 社會라는 문구를 빌렸다. 공동, 연합 등을 뜻하는 라틴어 societas에서 온 소사이어티의 의미와 달리 사회란 토지의 신인 社를 중심으로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동양사상을 담고 있다. 토지는 사람이 먹고사는 데 제일 필수적인 곡식을 산출한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경복궁 왼쪽에 종묘, 오른쪽에 역대 왕과 왕비의 위패, 신주가 모셔진 사직단을 두었다. 좌조우사(左祖右社)다. 신하들은 왕에게 읍소할 때 종묘사직을 걸었던 만큼 社는 아주-매우-무척 중요한 곳이었다.

사회를 거꾸로 하면 회사다. 사회가 토지의 신을 중심으로 하는 모임이라면, 회사는 토지의 신이 주는 곡식을 얻기 위한 모임이다. 회사를 영어로 컴퍼니라고 하는데 회사와 컴퍼니는 그 의미가 엇비슷하다. 서양의 주식은 곡식인 밀로 만든 빵이다. 빵은 pan에서 왔다. company란 빵(pan)을 먹고살기 위한 사람들의 전체적인 모임(com)이다. 현대인이 회사를 다니는 목적도 밥을 먹고살기 위한 것이니 큰 맥락으로 살피면 별 다를 게 없다.

그런데 내용이 크게 달라졌다. 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한 곡식을 산출하는 땅은 부동산 이익을 얻기 위한 땅으로 변했다. 입으로 먹고살아야 하기에 모였던 사람들의 모임인 회사는 이왕이면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한 곳으로 변했다. 시대에 따른 변화이겠지만 사(社)의 원래 의미를 생각하면 어째 씁쓸하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