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은 비슷한 말이면서 인간의 악마성을 느끼게 한다.
광고홍보학과에 다니는 학생이 자신의 전공을 가장 실감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지인들로부터 TV 선전이라는 말을 들을 때 선전과 광고의 차이를 알려주면서 TV 광고라고 고쳐줄 때라고 한다. 상업적 판매수단인 광고와 달리 선전은 이념적 사상적 정치적 여론형성 활동이다. 군사적 심리전도 포함하는 선전은 종교적 포교활동에서 비롯됐다. 17세기에 로마 교황이 가톨릭신앙선전회를 만들며 선전이라는 말이 처음 쓰였다. 널리(宣) 알리는(傳)는 의미의 선전(propaganda)은 접목한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propagare에서 유래한 낱말이다.
어떤 나무에 접목을 하면 전혀 다른 열매가 열린다. 마찬가지로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선전을 하면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할 수 있다. 잘못된 정치선전은 상대방을 매도하고, 자신에 대한 온갖 미사여구를 쓰고, 실체와 다른 서민적 이미지를 만들고, 속임수를 쓰며, 대중을 부화뇌동케 한다. 나치 선전은 독일국민으로 하여금 히틀러에게 맹종 충성하도록 만들었다. 출처를 밝히는 공식적인 백색선전과 달리 흑색선전은 자신의 검은 속셈을 숨기며 아무 근거도 없이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 넣으려는 교활한 중상모략 활동이다.
로마시대 검투사 이후 가장 잔인한 스포츠인 스페인의 투우에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투우사인 마타도어(matador)는 빨강 망토에 칼을 숨기며 가장 결정적 순간에 소의 정수리에 칼을 꼽는다. 순진무구한 수소와 벌이는 마타도어의 작전은 흑색선전가들이 하는 짓과 같다.
선전이 나쁠 이유는 없다. 다만 그 선전이 마타도어가 한 짓처럼 상대를 죽이려는 흑색선전이라면 나쁘다. 흑색선전과 마타도어가 사라지는 세상이 올까.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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