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15>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 알 수 없는 것

bindol 2021. 4. 18. 04:52

이 두 가지 관계는 비슷한 것같기도 하고 다른 것같기도 한 게 알쏭달쏭하다.

세상만물에는 원인과 결과인 인과(因果)가 있다. 35세에 깨달음을 얻어 부처(佛陀, Buddha)가 된 싯다르타는 2500여 년 전에 그러한 세상법칙을 연기(緣起)라 했다. 세상만사 모두 상관(相關)되어 말미암아(緣) 일어난다(起)는 뜻이다. 이제 인간은 생명현상의 원인인 세포핵 안 염색체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 구조까지 알게 되었다. 모든 물체 질량의 원인인 힉스 입자도 알게 되었다.

사회과학도 자연과학을 닮고 싶어했다. 사회과학의 종가라는 경제학은 경제현상의 법칙들을 정교하며 우아한 그래프로 멋지게 그려낸다. 여기에는 꼭 전제조건이 붙는다.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면(Cetris Paribus)…. 즉 그래프를 그리려고 단순히 하나의 원인과 하나의 결과만을 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다른 모든 조건들을 일정하게 차단시킬 수 없다. ★이 ●에 미치는 영향이나 효과분석 등을 제목으로 하는 수많은 사회과학 논문들에서도 독립변수 X가 종속변수 Y에 미치는 영향 이외에 수많은 매개 및 외생변수들을 모두 차단하기가 불가능하다. 인과는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결과(Y)가 원인(X)에 거꾸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세상은 단순계가 아니다. 어떤 원인과 결과를 단순히 알 수 없는 복잡계다.

동쪽의 동이 트여 이른 아침이 오면 닭이 운다. 닭 울음과 이른 아침은 인과관계(causation)인가? 상관관계(corelation)인가? 통계학에서는 상관관계라고 하지만 아침 기운이 닭에게 생리적 영향을 주어 울게 했다면 인과관계일 수 있다. 이처럼 단순한 자연현상의 진리마저도 애매모호하다. 그 한계를 인정할 때 인간은 참다운 사람이 된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