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에서 아기로 나온 사람은 나이들며 성별에 따라 호칭이 바뀐다.
어린 여자 아이(女兒)는 소녀가 되고, 어린 남자 아이(男兒)는 소남이 아니라 소년이 된다. 소년(少年)은 청년(靑年)이 되지만 소녀는 청녀가 아니라 처녀가 된다. 연령(年)이 적고(少) 푸르도록(靑) 젊은 사람은 무조건 남자다. 아담을 먼저 만들고 그의 갈비뼈로 여자인 하와(Eve)를 만든 성경 말씀처럼 맨(man)이 먼저 있고 접두어 wo가 붙어 여자인 우먼(women)이 된 것도 남자 우선주의 혐의가 짙다.
정부 부처에 남성부는 없고 여성부가 있는 것도 남자 중심주의 때문일까? 청년인 남자를 총각이라 하고 젊은 아녀자를 처녀라 하는 것도 깐깐하게 따지면 여성 비하적 낱말일 수 있다. 장가 가서 머리에 상투를 튼 어른(夫)이 되기 전에 남자는 뒷머리를 묶어(總) 뿔(角)처럼 늘어뜨려서 총각(總角)이다. 무 아래에 길다란 줄기가 달린 총각 무도 총각처럼 보이는 머리 모양을 닮아서 나온 말이다. 처녀(處女)란 집에 처(處)하고 있는 여자다. 정확하진 않지만 집에 계시는 여자인 계집도 맥락이 같다. 누군가의 아내인 각시가 될 아이라 가시나라는 경상도 낱말도 비슷하다. 울산말로 젊은 여자를 큰애기(big baby)라고 하는데 이는 아가(babe)에 존칭 접미어 씨(氏)가 붙은 아가씨와 함께 처녀, 계집, 가시나보다 뜻이 예쁘고 귀엽다.
아기 씨(精子)를 가져서 아저씨, 아기 주머니(子宮)를 가져서 아주머니라고 하는 해석은 낭설이다. 옛말 아ㅿ(아즈)는 작다, 새롭다는 뜻으로 작은 아버지(叔)인 아제가 아저로 변하고 존칭어 씨가 붙어 아저씨다. 아줌마로 줄여진 아주머니는 작은 어머니란 뜻이다. 아저씨는 할(←한=grand)아버지 할배, 아줌마는 할머니 할매가 된다. 인생이 재미있게 흐른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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