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옛날부터 허풍이 센 나라다. 속된 말로 뻥이나 구라가 세다. 그런데 그 뻥구라가 재미있다. 의미 깊은 이야기를 담은 텍스트 장자도 붕(鵬)이라는 새와 곤(鯤)이라는 물고기의 엄청난 크기를 과장하는 구라로 시작한다. 중국의 4대 미인을 설명하는 구라도 상상을 초월한다. 서시가 호수에 얼굴을 비추니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을 잊고 가라앉았다(浸魚).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왕소군을 보고 날갯짓하는 것을 잊고 떨어졌다(落雁). 달이 초선을 보고 기죽어 구름 뒤로 숨었다(閉月). 꽃들이 양귀비를 보고 바짝 움츠리고 말았다(羞花). 빈축은 이다지도 아름다운 4대 미인 중에 서시로부터 유래했다. 서시는 늘 얼굴을 찡그리고(嚬) 쭈그리며(蹙) 빈축(嚬蹙)했다. 오히려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남자들은 그 모습에 완전히 넋이 나갔다. 이 소문이 퍼지자 여인네들은 서시의 빈축을 본따 빈축했다. 그걸 본 사람들은 짜증이 나서 빈축했다. 여인들은 빈축을 사서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 비판(批判)을 받으면 사고전환과 동기부여도 되어 발전하지만 비난(非難) 받으면 감정이 상하고 추락하기 쉽다. 비난받을 일들 중 하나가 서시의 빈축을 본따 빈축한 뭇여인들처럼 좋아 보이는 것을 그대로 모방하는 짓이다. 아예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모방하는 전위적 팝아트도 있지만 예술작품, 학술논문에서 그대로 따라 모방한 사실이 드러나면 표절로 비난받는다.
자기만의 콘셉트를 가지고, 자기 스타일을 지키며, 자기 색깔을 지닌다는 것은 빈축과 비난을 뛰어 넘어 치켜세우고 기릴 일이다. 대표적인 예로 한평생 가난한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던 사진작가 고 최민식 선생의 개성이 특별하며 대단한 이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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