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골프치자며 운동가자고 말한다. 골프가 운동일까, 체육일까? 스포츠일까?
골프에 맛을 들이면 지금까지 해오던 모든 취미와 잡기들을 과감히 버린단다. 골프 약속은 본인 사망 이외에는 꼭 지켜야만 하는 철칙이란다. 정말 그럴까? 얼마 전 골프장에서 풀을 깎는 친구가 골프장 구경을 시켜준다길래 골프장에 난생 처음 가보았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 작품이라는 그림 같은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생태를 해치며 자르고 깎아만든 인공미에 불과했다. 새파란 잔디는 자연스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다. 한 그루에 몇 천, 몇 억 원씩 한다는 나무들은 인간이 심은 관상수들이었다. 인공미의 극치미가 골프장이었다. 그런 인공미가 우리 주변의 산에 가면 어디서나 접하는 야생초와 야생목, 야생화의 자연미에 감히 견줄 수 있을까? 스코틀랜드 양치기들의 자치기 놀이였던 goulf는 golf가 되고, 우리나라 젠틀맨들의 대표적 운동으로 격상하였다. 하지만 운동이란 옮겨 나르고(運) 움직이는(動) 스포츠다. 스포츠(sports)는 멀리를 뜻하는 'dis'와 나르다를 뜻하는 'port'의 합성어였는데 앞의 di가 떨어져 sport가 되었다. 운동을 뜻하는 스포츠의 원래 뜻이 그렇다면 스포츠는 이기기 위한 시합이나 경기가 아니라 몸을 움직여 몸(體)을 기르는(育) 체육이다.
골프는 누가 잘 치는지 겨루는 것이다. 한 타 치고는 카트를 타고 가면 운동도 안 된다. 좋은 운동이란 한쪽 편체가 아니라 온몸 전체에 의지해 발과 팔을 구르며 땀흘려 움직이는 활동이다. 그러면 내 몸이 깨어나고 마음도 넓어지고 머리도 맑아지며 생각도 또렷해진다. 우리 교육에 국영수보다 체육이 더욱더 훨씬 중요한 이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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