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 중 하나는 원래의 의미가 온전히 회복되어야 한다. 너무나 타락했기에… .
맥루한은 영상매체인 TV를 쿨미디어, 인쇄매체인 신문을 핫미디어로 나눴다. 뭔 말인지 이해는 되지만 마음에는 안 든다. 그래서 쿨과 핫의 뜻을 내 나름대로 다르게 해석한다. 신문은 내가 맘 잡고 읽어야 읽을 수 있다. 읽으려면 머리를 굴려야 하기에 머리가 데워진다. 그래서 알찬 내용이 담긴 신문은 핫미디어로 독자를 똘똘하게 하는 스마트 미디어다. 반면 TV는 리모컨으로 켜서 쉽게 볼 수 있다. 머리를 안 굴려도 되기에 머리가 차가워진다. 그래서 TV는 쿨미디어다. 쿨미디어는 사람을 띨띨하게 만드는 덜(dull) 미디어다. 바보상자이기 쉬운 TV는 예능의 뜻을 잘못 변질시켰다. 결코 배리어스하지도 리얼하지 않은 버라이어티 리얼리티 쇼라는 데서 개그맨들의 말장난이 예능이 되었다. 웃기는 일이다. 요즘 예능감이란 순발력 있는 말장난 감각이다. 말장난하는 것을 재미있게 보면 시청자 머리는 시원해지고(cool) 멍청해지기(dull) 쉽다.
예능이란 말장난 감각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예술적 능력이다. 예(藝)란 푸른(艹)언덕(坴)에 동그란 방울(丸)도 만들고, 보드라운 구름(云)도 만드는 조물주다운 아름다운 솜씨다. 이런 솜씨가 말장난 솜씨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으니 오호통재다.
그나마 예술이 예능처럼 전락하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다. 말장난 재미가 아니라 아름다울 美(beauty)를 추구하는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활동인 예는 결코 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아트(art)의 원래 뜻처럼 오랜 동안의 숙련을 통해 역량이 나오는 법이다. 그런 역량이 예능이며 그 결과가 예술이다. 그런 진정한 예능과 예술이 부유한 나라가 진정 살기 좋은 부유한 나라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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