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은 반대말이다. 우리 인간의 운명이나 운세, 운수는 얼마나 살과 복에 따를까?
살(煞)이란 누구를 치려고(夂) 불(灬)처럼 급히 쫓아가는(刍) 험한 꼴이다. 독한 기운으로 사람을 해치며 죽이는 살(殺)이다. 살은 인간의 사주팔자에서 육십간지 여덟 글자들끼리 음양오행상 서로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인간의 운명을 따지는 명리학(命理學)에서 이 살의 종류는 수십 수백 가지나 된다. 안정되게 살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역마살, 남들 앞에서 심한 창피함을 당하는 망신살, 끊으려 해도 끊이지 않는 남녀관계로 불행해지는 도화살, 끝내 허망한 결말을 보게 되는 공망살, 서로 죽일 듯 원망하며 성내고 살게 되는 원진살 등등…. 화(禍) 흉(凶) 액(厄)을 가져오는 살과 달리 복은 길한 운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복(福)은 제사지낼(示) 음식을 넉넉히(畐) 차려 하늘로부터 복을 받는다는 뜻이다. 지지리 복없는 남자가 넘어지면 하필 딱딱한 곳에 머리가 깨져 뇌진탕이 되지만, 복많은 남자는 넘어져도 코가 포근한 여인네 허벅지에 닿는다는 우스개 말도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 복이 있을까?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운칠기삼이라며 일의 성패는 인간의 재주 30%가 아니라 하늘의 뜻인 운 70%에 더 많이 달렸다고 한다.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볼걸복의 어원인 복불복(福不福)은 복이 있을지 없을지 어차피 50:50이라는 뜻이다. 과연 지극히 불운한 살이나 운을 좋게 타고난 복이 있으려나?
의심 안 해도 될 분명한 사실은 있다. 복이란 하늘로부터 받을 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내와 노력으로 지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복을 지어 가면, 살의 기세가 줄어들고 복의 기세가 늘어난다. 새해 인사로 복 많이 받으세요보다 복 많이 지으세요가 낫지 않을까?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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