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은 비슷하지만 많이 다르다. 무엇이 먼저 돌아야 무엇이 이어져 솟아 나올까?
힘에 해당하는 한자인 력(力)은 팔에 힘을 주었을 때 근육이 불거진 모양이다. 팔에서 나오는 힘은 사람이나 동물이 스스로 움직이거나 다른 물건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 작용이다. 기(氣)란 딱딱하고 맛없는 쌀(米)을 부드럽고 구수한 밥으로 변화시키는 화(火)의 기()다. 물(水)을 순환시켜 생명을 살아 숨쉬게 하는 자연의 근본 에너지다. 씨앗이 내려진 땅에서 새싹이 나오는 것은 태양과 대지의 원천적 에너지 덕분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오관으로 느껴지는 오감은 힘이 아니라 기에서 비롯된다. 우람한 팔뚝근육처럼 힘이 눈에 보이는 작용이라면, 기는 땅의 물을 하늘 구름으로 변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기운이다. 힘 있는 사람은 주로 활동적이지만, 기 있는 사람은 기(energy)가 넘치며 가만히 있어도 안색과 눈빛이 맑고 밝아 특유의 분위기(aura)가 발산된다. 힘이 센 사람은 약한 사람을 억눌러 제압하지만 기가 넘치는 사람은 힘이 센 사람을 가볍게 능가한다. 힘(power)을 뜻하는 비거(vigor)에서 작명된 비아그라는 정력을 세게 한다고 한다. 자양강장제도 몸에 힘이 불끈 솟는다고 한다. 그러나 몸에 기가 별로 없는데 억지로 힘이 얼마나 솟을 수 있을까? 계속 그렇게 힘을 솟게 하면 오히려 몸이 상한다.
힘은 밖으로 솟지만, 기는 안에서 돈다. 정기, 원기, 생기인 기가 돌아야 정력, 체력, 활력인 힘이 솟는다. 정력은 양기만이 아니라 음기와의 어우러짐에서 나온다. 약으로 반짝 만들어진 힘은 금방 시든다. 힘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기는 자제와 수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긴다. 력기라 안하고 기력이라 한다. 기 먼저, 힘 나중인 법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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