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가 좋고 팔자가 편하면 재수가 좋고 복이 많을까?
운수란 운(運)의 수(數)다. 재수(財數)란 재물이 들어오는 운수다. 왜 수(數)라는 한자를 썼을까? 숫자로 따졌기 때문이다.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를 겹친 60간지(干支)는 수다. 토정비결도 태어난 연월일의 수로 따진다. 100자리 1~8, 10 자리 1~6, 1 자리 1~3개인 144개(8×6×3)의 괘(卦)로 운세를 점친다. 태어난 날인 일진(日辰) 괘가 좋으면 운수가 좋을 것같은 희망을 준다. 팔자란 사주팔자다. 태어난 연월일시가 그 사람의 네 기둥인 사주(四柱)다. 사주 각각에 60간지에서 온 글자 2개가 있으니 모두 팔자(4×2=8字)다. 철학관으로 불리는 점집에서는 이 여덟 개 숫자에서 온 간지를 따져 길흉화복을 점친다. 남녀 간의 궁합도 서로의 사주인 여덟 글자로 따진다. 사람의 운수인 명(命)의 이치를 따지니 명리학이다. 명리학의 근본원천인 주역도 숫자가 바탕이다. 양인 ㅡ과 음인 를 3단으로 쌓으면 8개의 괘가 만들어진다. 팔괘를 가로와 세로에 놓고 하나씩 연결시켜 두 단으로 쌓으면 64개(8×8) 괘가 만들어진다. 주역은 점복을 치기 위한 점술서가 아니다. 세상만사 흐름이 이 64개 괘의 흐름으로 두루(周) 바뀐다(易)는 묵직한 처세서다.
애초에 운수와 팔자의 수를 좋게 타고난 사람은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람 운명이 결정되지 않는다. 토정비결에서도 매사에 조심하면 결국 길함이 있다며 제사가신종시유길(諸事可愼終時有吉)이라 했다. 주역은 지금 당장 길한지 흉한지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어찌하면 길할지 흥할지를 의미있게 타이른다. 운수와 팔자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결정돼가는 법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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