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배(肉-5)물 수(水-0)진칠 진(阜-7)
韓信(한신)은 裨將(비장)들을 시켜 가벼운 식사를 全軍(전군)에 나누어주도록 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조나라 군사를 무찌른 뒤에 모여서 실컷 먹자!"
장수들은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으나 응하는 척하며 대답하였다.
"예, 알겠습니다!"
한신은 군사 1만 명을 먼저 가도록 하고는 정형 어귀로 나가서 물을 등지고 진을 치게 하였다. 이른바 '背水陣(배수진)'을 친 것이다. 조나라 군대는 이를 보고서 병법을 모른다고 한껏 비웃었다. 날이 샐 무렵, 한신은 대장의 깃발을 세우고 진을 치면서 정형 어귀로 나아갔다. 조나라 군대가 성을 열고 나오자 한참을 싸웠다. 이윽고 한신은 거짓으로 북과 기를 버린 채 강을 등지고 친 진으로 달아났다. 이에 조나라 군대는 정말로 성을 비워 놓고 한신의 군대를 뒤쫓아 와서 쳤다. 그러나 한신의 군대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므로 도저히 무찌를 수 없었다. 그때 한신이 미리 보낸 병사 2000명이 얼른 조나라 성 안으로 들어가 조나라 기를 모두 뽑고 한나라의 붉은 기를 꽂았다.
조나라 군대는 한신의 군대를 이기지 못하자 성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조나라 성에는 온통 한나라의 붉은 기가 꽂혀 있었다. 매우 놀란 조나라 병사들은 이미 한나라 군대가 성을 차지한 것으로 여겨 어지럽게 달아났다. 조나라 장수들이 막으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한나라 군대는 조나라 군대를 크게 깨뜨리고 成安君(성안군)을 목 베어 죽였으며, 조나라 왕도 사로잡았다.
이윽고 장수들이 적의 머리와 포로를 바치고 축하한 뒤,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에는 '산과 언덕을 오른쪽으로 하여 등지고, 물과 못을 앞으로 하여 왼쪽에 두라'고 했는데, 오늘 장군께서는 저희에게 도리어 물을 등지고 진을 치게 하면서 '조나라를 무찌른 뒤에 모여서 실컷 먹자'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마침내 이겼습니다. 이건 무슨 전술입니까?"
한신이 대답하였다.
"이 또한 병법에 있는데, 여러분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오. 병법에 '죽을 곳에 빠뜨린 뒤라야 비로소 살릴 수 있고, 망할 곳에 둔 뒤라야 비로소 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소? 내 이번에 오합지졸들을 거느리고 싸우게 되었으니, 그 형세가 병사들을 죽을 땅에 두어야만 했소. 만약 저마다 자신을 위해 싸우게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곳을 미리 준다면 모두 달아날 게 뻔한데, 어찌하겠소?"
장수들 모두 탄복하였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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