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관(竹-8)버금 중(人-4)제나라 제(齊-0)푯말 환(木-6)제후 공(八-2)
앞서 '관자'에서는 '習於人事之終始者(습어인사지종시자)' 즉 "인사의 처음과 마침에 익달한 사람"을 성인이라 하였고, '순자'에서는 '終始如一(종시여일)' 즉 "마침과 처음이 한결같음"을 大吉(대길)이라 하였다. 둘은 서로 통하는데, 마침과 처음에 익달하여 한결같이 처신하는 일이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렵기는 하지만,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은 또 아니다. 순자가 말했듯이 "처음처럼 삼가면" 된다. 문제는 삼가는 마음을 자칫 놓치기 쉽다는 데 있다.
'관자'의 주인공인 管仲(관중, ?∼기원전 645)은 중국 역사상 가장 탁월한 정치가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그것은 그가 齊(제)나라 桓公(환공)을 섬기며 부국강병을 이루어 환공을 覇者(패자)로 만들고 잠시나마 천하의 질서를 바로잡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펼친 정치와 행정, 군사와 법률 따위의 원칙과 방법론을 담고 있는 책이 '관자'다.
관중은 본래 제나라의 공자 糾(규)를 섬겼고, 그의 벗인 鮑叔(포숙)은 공자 小白(소백)을 섬겼다. 제나라에 변란이 일어나자 규와 소백은 각자 魯(노)나라와 莒(거)나라로 달아나 후일을 도모했다. 곧이어 제나라 군주가 대부의 손에 죽는 일이 벌어지면서 군주의 자리가 비게 되었다. 이때 공자 규와 소백은 서로 먼저 제나라 도성으로 들어가서 군주의 자리에 오르려 다투었다. 결국 제나라에서 가까운 거나라에 있던 소백이 먼저 도착하여 보위에 올랐다. 그가 바로 환공이다.
한발 늦은 공자 규는 제나라의 압력을 받은 노나라 군주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다. 이때 관중과 함께 공자 규를 섬기던 召忽(소홀)은 주군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자결하였으나, 관중은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 해야 할 큰일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윽고 관중은 포숙의 계책으로 무사히 제나라로 돌아와서 환공을 알현하고 발탁되었다.
처음에 환공은 관중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당연한 일이다. 경쟁자였던 규를 섬기며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인물이 아닌가. 그러나 포숙의 적극적인 권유와 설득으로 환공은 생각을 바꾸었다. '사기' '齊太公世家(제태공세가)'에 포숙이 한 말이 나온다.
"저는 다행히도 군주를 섬기게 되었고, 군주께서 마침내 즉위하셨습니다. 군주께서는 이미 높게 되셨는데, 저로서는 더 높여드릴 수가 없습니다. 군주께서 앞으로 제나라를 다스리려 하신다면 高傒(고혜)와 저 포숙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覇王(패왕)이 되려 하신다면 관중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관중이 사는 나라는 반드시 그 위세가 커질 것이니, 그를 놓치면 안 됩니다."
고전학자
'정천구의 대학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5> 始則終이요 終則始라 (0) | 2021.06.01 |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4> 知人之鑑 (0) | 2021.06.01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2> 愼終如始 (0) | 2021.06.01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1> 事有終始 (0) | 2021.06.01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0> 忠信禮之本也 (0) | 2021.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