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5> 始則終이요 終則始라

bindol 2021. 6. 1. 05:45

처음 시(女-5)곧 즉(刀-7)마칠 종(-5)

 

환공이 우여곡절 끝에 보위에 올라 관중을 기용함으로써 생각지도 못한 패왕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 자체에 이미 언젠가 패왕의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한다는 이치도 담겨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돌고 도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듯이 인간사 또한 그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有終有始(유종유시) 곧 마침이 있으면 당연히 처음이 있고, 有始有終(유시유종) 곧 처음이 있으면 마침이 있는 법! 순자가 처음처럼 삼가야 한다고 말한 것도 언젠가는 마칠 때, 끝날 때가 오기 마련이니, 삼가고 삼가라는 뜻이다.

사람의 욕심으로야 언제나 상승하고 호황을 누리며 번성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욕심이 도리어 초심을 잊게 만들고 삼가는 마음을 가려버려서 탐욕에 빠지게 한다. 탐욕은 그릇된 길로 이끌어 그 말로를 비참하게 만들거나 쇠망을 앞당기는 구실을 해버린다. 따라서 하찮게 여겨지는 일상의 일에서부터 천하를 경영하는 일까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은 마침과 처음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는 이치다. 어떻게 마치고 맺었느냐가 다음 처음을 좌우하고, 그 처음이 어떠하며 한결같이 이어가느냐가 그 맺음을 또한 결정한다. 나무의 뿌리와 가지, 우듬지가 하나같이 이어져 있듯이 그렇게 마침과 처음, 처음과 맺음은 미묘하게 이어져 있다.

'순자'의 '王制(왕제)'편에 나온다. "갖가지 것을 잘 견주어서 뒤섞여 있는 일을 처리하고, 하나로 꿰뚫어서 만 가지 일을 처리한다. 처음이 있으면 마침이 있고, 마침이 있으면 처음이 있으니, 마치 옥고리처럼 끝이 없다. 이 이치를 버려두면 천하는 이울게 된다. 하늘과 땅은 태어남의 처음이고, 예의는 다스림의 처음이며, 군자는 예의의 처음이다. 예의를 만들고 이어가며 거듭 쌓아서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군자가 시작한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은 군자를 낳고, 군자는 하늘과 땅의 이치대로 다스린다. 군자란 하늘과 땅의 일에 참여하고 온갖 것들을 거느리며 백성들의 어버이 노릇을 하는 사람이다. 군자가 없다면, 하늘과 땅은 다스려지지 않고, 예의는 졸가리가 없어지며, 위로는 군주와 스승이 없고 아래로는 아비와 자식이 없게 된다. 이를 두고 지독한 어지러움이라 한다. 군주와 신하, 아비와 자식, 형님과 아우, 지아비와 지어미 모두 처음이 있으면 마침이 있고 마침이 있으면 처음이 있어, 하늘과 땅과 함께 다스리고 영원토록 함께 오래간다. 이를 크나큰 뿌리라 한다."

첫 구절의 원문은 "以類行雜, 以一行萬. 始則終, 終則始, 若環之無端也, 舍是而天下以衰矣"(이류행잡, 이일행만. 시즉종, 종즉시, 약환지무단야. 사시이천하이쇠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