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50> 南門徙木

bindol 2021. 6. 1. 05:52

- 남쪽 남(十 - 7)문 문(門 - 0)옮길 사(- 8)나무 목(木 - 0)

 

효공은 중원으로 진출하기를 바랐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강해져야 했다. 공손앙이 변법이라는 강력한 정책을 실행하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변법은 기득권 세력인 귀족들의 권력을 제한하거나 축소하여 군주의 권력을 막강하게 하는 것이고, 또 전혀 새로운 법령을 시행하는 것이어서 귀족뿐만 아니라 백성도 거세게 반발할 수 있었다. 이를 예상한 공손앙은 변법을 실행하기 전에 새로운 법령을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이 우선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는 먼저 다음의 일을 하였다.

공손앙은 세 길이나 되는 나무를 도성의 남문에 세우고 이렇게 포고했다.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는 황금 10금을 주겠다!"

그러나 백성들은 이상하게 여길 뿐, 아무도 옮기지 않았다. 다시 이렇게 포고했다.

"이 나무를 옮기는 자에게는 황금 50금을 주겠다!"

어떤 사람이 이것을 옮겨 놓자, 즉시 그에게 황금 50금을 주어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고 나서 새 법령을 널리 알렸다.

흔히 "남문으로 나무를 옮기다"는 뜻의 '南門徙木(남문사목)' 또는 "나무를 옮겨 믿음을 세우다"는 뜻의 '徙木立信(사목입신)'으로 알려진 이야기다. 공손앙이 나무를 옮긴 자에게 약속대로 황금을 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백성들이 그를 믿고 그의 법령을 따른 것은 아니다. 법령이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진나라 백성들은 만족하기 시작하였다.

"옳은 말인데도 받아들이지 않고 그른 말인데도 내버리지 못하며, 공을 세워도 상을 주지 못하고 죄를 지어도 벌을 내리지 않으니, 이렇게 해서 백성을 다스릴 수 있었던 적은 아직 없었다. 옳으면 반드시 받아들이고 그르면 반드시 내버리며 공을 세우면 반드시 상을 내리고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내리니, 이렇게 한다고 어찌 다스려지겠는가? 아직 아니다. 무엇 때문인가? 형세와 기물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다."

'관자'의 '七法(칠법)'에 나오는 대목이다. 법령을 뜯어고치고 새로운 제도를 마련했다고 곧바로 다스려지지 않는다. 기다려야 한다. 더 이상 새 법령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가 없어졌을 때, 공손앙은 군사를 이끌고 위나라를 쳐서 그 수도를 빼앗았다. 먼저 변법으로 진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뒤 영토 확장을 꾀했으니, 무엇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할 것인지 잘 알았다고 할 만하다. 그 공적으로 商(상) 땅을 봉읍으로 받고 '商君(상군)'에 봉해졌으며, 그 뒤로 상앙(商鞅)으로 불렸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