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없을 무(火 - 8)바 소(戶 - 4)아닐 불(一 - 3)엷을 박(艸 - 13)
"於不可已而已者, 無所不已. 於所厚者薄, 無所不薄也. 其進銳者, 其退速."(어불가이이이자, 무소불이. 어소후자박, 무소불박야. 기진예자, 기퇴속) "그만두어서는 안 되는데도 그만두는 자는 하다가 그만두지 않는 일이 없다. 두터이 해야 하는데도 얇게 하는 자는 무엇에든 얇게 하지 않는 일이 없다. 서둘러 나아가는 자는 물러나는 것도 빠르다."
'맹자' '盡心 上(진심 상)'에 나오는 말이다. '그만두어서는 안 되는데도 그만두는 자'는 어리석거나 모자란 자다. '두터이 해야 하는데도 얇게 하는 자'는 잔재주를 피우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자다. '서둘러 나아가는 자'는 욕심이 많거나 결과에 집착하는 자다. 이 세 부류는 결국 다르지 않다. 그만두어서는 안 되는데도 그만두거나 두터이 해야 하는데도 얇게 하는 것, 그것은 모두 결과를 빨리 얻으려는 성급함에서 저지르는 허물이다. 성급하게 굴면 물러나는 것도 빠르지만, 아무리 기다려봐야 바라는 결과가 나올 일도 없다.
힘든 일은 힘들게 하고 쉬운 일은 쉽게 해야 한다. 두텁게 할 일은 두텁게 하고 얇게 할 일은 얇게 해야 한다. 오래도록 해야 할 일은 오래도록 해야 하고, 금방 해치워야 하는 일은 금방 해치워야 한다. 그러나 힘든 일인지 쉬운 일인지, 두텁게 할 일인지 아닌지, 오래 걸리는 일인지 금방 해낼 일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결국 일의 성격이나 상황을 잘 파악해야만 분명하게 판단하고 선택해서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것이 '뿌리를 아는 것'이고 '앎이 지극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맹자는 두터움과 얄팍함에 대해서 공자보다는 더 포괄적으로 말했고 '대학'에서 말한 것보다는 좀 더 자세하게 말했다고 할 만한데, 그럼에도 여전히 일반론에 가깝다. 특히 정치나 통치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말하지 않았다. 다음은 '순자'의 '榮辱(영욕)'에 나온다.
"무릇 천자처럼 귀해지고 온 천하를 가질 만큼 부유해지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바란다. 그런데 사람들의 욕심을 들어준다면 형세가 이를 다 받아줄 수 없고 물건도 넉넉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옛 왕들은 생각 끝에 이를 위해 예의와 의리를 갖추어 알맞게 나누었으니, 귀함과 천함의 등급, 어른과 아이의 구별, 지혜로운 이와 어리석은 자, 능력 있는 자와 능력 없는 자의 구분이 있게 하여 사람들이 모두 알맞은 일을 맡아서 각자 그 마땅함을 얻게 하였다. 그런 뒤에 녹봉으로 받는 곡식을 많거나 적게, 두텁거나 얇게 하여 균형을 잡았다. 이것이 뭇 사람이 어우러져 살면서 하나가 되는 길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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