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술 순(肉-7)없을 망(亠-1)이 치(齒-0)찰 한(宀-9)
대장장이나 옹기장이조차 제대로 기술을 익히지 않고서는 제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물며 한 나라나 천하를 다스리려는 군주가 다스림의 법칙을 알지 못하고 통치의 기술을 습득하지 않고서야 어찌 제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대장장이도 옹기장이도 사람의 본성을 따라서 곧 도를 따라서 기술을 익혔다. 군주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군주란 이들은 대부분 타고난 지위를 누릴 줄만 알았지, 도를 따를 때에야 비로소 군주다울 수 있으며 올바로 통치할 수 있다는 이치는 알지 못했다.
군주란 타고난 신분으로 말미암아 지존이 되지만, 그가 타고난 본성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도를 따라서 오롯하게 본성을 발현할 수 있어야만 군주로서 막중한 책무를 감당해낼 수 있다. 도를 모르고서는 한낱 기술자가 되기도 어려운데, 통치자로서 덕을 갖추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 이런 이치를 알고 즉위하는 군주는 안타깝게도 참 드물었다. 역사적으로 태평한 시절보다 내분과 혼란의 시절이 훨씬 많았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정치를 하겠다는 이들, 자신이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이들은 참으로 많지만, 그럴 만한 역량이나 덕성을 오롯이 갖춘 이는 얼마나 될까?
어느 시대에나 현명한 신하나 유능한 관리들이 있었다. 군주가 현명하든 모자라든 신명을 다해 섬기며 올바른 길로 이끌려고 애쓴 신하들도 늘 있었다. 심지어는 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음을 알면서도 직언이나 간언을 서슴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신하들의 충심과 간언을 받아들일 줄 안 군주는 매우 적었다. 자신의 덕이 모자란 줄을 모르고 군주라는 지위와 권세를 앞세워 어리석은 판단과 그릇된 선택을 밀어붙인 군주들이 훨씬 더 많았다.
'좌전'의 '魯僖公(노희공) 5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晉(진)나라 獻公(헌공)이 虞(우)나라에 길을 빌려 虢(괵)나라를 치려고 했다. 그러자 宮之奇(궁지기)가 虞公(우공)에게 이렇게 간언했다.
"괵나라는 우리 우나라의 겉옷입니다.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반드시 그 뒤를 따르게 될 것입니다. 진나라에 길을 열어주어서는 안 되고, 도적을 만만하게 보아서도 안 됩니다. 이미 한 번 길을 빌려준 것도 지나친 일이었는데, 두 번씩이나 빌려줄 수 있겠습니까? 속담에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는 서로 기대고,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했으니, 바로 우나라와 괵나라를 두고 한 말입니다."
여기에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脣亡齒寒(순망치한)'의 성어가 나왔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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