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06> 春申君 黃歇

bindol 2021. 6. 3. 04:57

- 봄 춘(日-5)펼 신(田-0) 임금 군(口-4)성 황(黃-0)쉴 헐(欠-9)

 

우공은 덕이 없어 궁지기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덕이란 단순히 도덕적인 성품만 이르는 말이 아니다. 실질적인 능력까지 포함한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온갖 것들을 잘 알아야 하고 또 형세나 추세를 잘 파악하여 미리 대비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천하의 판도를 읽지도 못하고 적국의 속셈을 간파하지도 못한다면, 어떻게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살릴 수 있겠는가?

그런데 진나라는 우나라보다 강성했기 때문에 쉽사리 속여서 멸망시킬 수 있었다. 진나라가 덕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서로 덕이 없다면, 무력이 우세한 자가 이기는 법이다. 만약 진나라 군주에게도 덕이 없다면, 그 또한 비슷한 처지에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진나라 헌공은 덕은 모자라고 탐욕이 컸던 군주였다. 그래서 驪戎(여융)을 멸망시키고 얻은 驪姬(여희)를 총애하다가 여희의 계략에 넘어가 태자 신생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그 때문에 진나라는 내분에 휩싸였다. 비록 헌공은 살아서 내분을 보지 못하는 행운을 누렸으나, 신하들과 백성들은 오래도록 고통을 받아야 했다. 멸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스스로 밝지 못하면, 군자의 말인지 소인의 말인지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대개는 군자의 말은 내치고 소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군자는 올바르고 곧아서 그 말이 듣기에 매우 쓰고, 소인은 잇속에 밝아서 번드레한 말을 하므로 듣기에 좋다. 그러나 소인의 말에 미혹되면 틀림없이 판단을 그르쳐서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전국시대에 春申君(춘신군) 黃歇(황헐)도 덕의 부족 또는 결여로 스스로 재앙을 초래한 인물이다.

춘신군은 초나라의 공자로서, 변설에 매우 뛰어났다. 그는 국력이 쇠약해져갈 때, 秦(진)나라에 맞서 초나라의 국력을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맹상군을 비롯한 다른 공자들처럼 그도 많은 인재를 모으려 애썼다. 그가 초나라 재상이 된 뒤에 북쪽으로 노나라를 친 일이 있었는데, 그때 荀卿(순경) 곧 荀子(순자)를 얻어 蘭陵(난릉)의 현령으로 삼았다.

춘신군이 순자를 고작 난릉의 현령으로 썼다는 것은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가까이 두고 그의 학문과 경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큰 어리석음이고 패착이다. 순자를 알아보지 못했으니, 안영 같은 군자로 보기는 어렵다. 사실상 춘신군은 무슨 대단한 덕이나 능력이 있어서라기보다 초나라의 공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런 권세와 재력을 얻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했으니, 순자를 알아볼 리 만무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