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08> 寶珍隋珠, 不知佩兮

bindol 2021. 6. 3. 04:59

- 보배 보(-17)보배 진(玉-5)나라이름 수(阜-9)구슬 주(玉-6)
- 아닐 불(一-3)알 지(矢-3)찰 패(人-6)어조사 혜(八-2)

 

춘신군이 사람을 보내 다시 맞이하려 하자, 순경(순자)은 편지를 써서 이렇게 거절했다.

"문둥병자가 왕을 불쌍히 여긴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공손하지 못한 말입니다. 비록 그렇지만 그 말속을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신하의 협박을 받고 시해당하고 나라를 망친 군주에게 한 말입니다. 무릇 군주가 어리면서 자기 재주만 믿고 간신을 가려낼 법술이 없으면, 대신들이 독단하며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고 권력을 자기에게 집중시킵니다. 그래서 현명하고 어른스런 군주를 죽이고 어리고 약한 군주를 세우거나, 적장자를 내몰고 의롭지 않은 자를 세웁니다. '춘추'에서도 이런 일을 경계하여 '초나라 왕자 圍(위)는 정나라에 예를 갖추어 방문하러 떠났다가 국경을 채 넘지 않았을 때 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와서 문안하였는데, 마침내 갓끈으로 왕의 목을 졸라 죽이고는 스스로 즉위했다. 崔杼(최저)의 아내는 미인이었는데, 제나라 莊公(장공)이 사통했다. 최저는 무리를 이끌고 가서 장공을 공격했다. 장공이 나라의 반을 나눠주겠다고 빌었으나, 최저는 받아주지 않았다. 장공이 사당에서 스스로 목을 베어 죽겠다고 했으나, 최저는 받아주지 않았다. 장공이 달아나 바깥 담장을 넘자 활을 쏘아 그 허벅지를 맞추어 죽이고는 그 아우 景公(경공)을 세웠다'고 적었습니다.

근래의 일을 보더라도 조나라의 權臣(권신)인 李兌(이태)는 沙丘(사구)에서 武靈王(무령왕)을 굶겨 100일 만에 죽게 만들었고, 초나라의 淖齒(요치)는 제나라에 도움을 주러 갔다가 閔王(민왕)의 힘줄을 뽑은 뒤 사당의 대들보에 매달아 하룻밤 사이에 죽게 했습니다. 무릇 문둥병자는 온갖 종양으로 괴로워하지만 위로 이전 시대와 견주면 갓끈에 목이 졸려 죽거나 허벅지에 화살을 맞아 죽는 것보다 나으며, 아래로 요즘 시대와 견주면 힘줄을 뽑히거나 굶어 죽는 것보다 낫습니다. 신하에게 협박받고 시해당하는 군주가 겪는 심리적 고뇌와 육체적 고통은 틀림없이 저 문둥병자보다 더 심할 것입니다. 이로써 보건대, 문둥병자가 왕을 불쌍히 여길 만합니다."

그리고는 "寶珍隋珠, 不知佩兮!"(보진수주, 부지패혜)로 시작되는 시를 덧붙였다고 한다. "진귀한 보배 隋珠(수주)가 있어도 찰 줄 모르네! 베옷과 비단옷을 구별할 줄 모르네! 미녀 閭姝(여주)와 미남 子奢(자사)가 있어도 중매할 줄 모르네! 추녀 嫫母(모모)와 추남 力父(역보)를 더욱 좋아하네! 장님을 눈밝다 하고, 귀머거리를 귀밝다 하며, 옳음을 그르다 하고, 길한 데도 흉하다 하네. 아아, 하늘이 어찌 인간과 같으리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