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10> 毋望之禍

bindol 2021. 6. 3. 05:13

- 아닐 무(毋-0)바랄 망(月-7)갈 지(丿-3)재앙 화(示-9)

 

누이가 왕후가 되면서 권력에 가까워진 이원은 춘신군이 비밀을 누설하거나 오만하게 굴까 두려워서 남몰래 병사들을 길러 춘신군을 죽이려 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이 그 비밀을 알고 있었다.

춘신군이 재상이 된 지 25년째 되던 해, 왕이 병에 걸렸다. 이때 춘신군의 문객으로 있던 朱英(주영)이 말했다.

"世有毋望之福, 又有毋望之禍. 今君處毋望之世, 事毋望之主. 安可以無毋望之人乎?"

(세유무망지복, 우유무망지화. 금군처무망지세, 사무망지주. 안가이무무망지인호?)

"세상을 살다 보면 바라지 않던 복이 찾아올 수도 있고 바라지 않던 재앙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제 당신은 어찌 될지 모르는 세상에 살면서 어찌 될지 모를 군주를 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뜻밖의 인물을 구해 두지 않습니까?"

춘신군이 물었다. "바라지 않던 복이란 무엇이오?"

"당신은 재상이 된 지 20년이 넘었고, 명목은 재상이지만 실제로는 왕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왕이 병에 걸려 머지않아 돌아가시면, 어린 군주가 즉위할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옛날 伊尹(이윤)이나 周公(주공)처럼 섭정하다가 왕이 자라면 돌려주거나, 아니면 스스로 초나라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라지 않던 복입니다."

"바라지 않던 재앙은 무엇이오?" "이원은 당신이 있으면 권력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병사를 기르고 있습니다. 왕이 죽으면 이원은 반드시 먼저 궁궐로 들어가 권력을 잡고 당신을 죽여 입을 막으려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라지 않던 재앙입니다."

"뜻밖의 인물이란 누구요?" "당신이 저를 郎中(낭중, 궁궐 내 무관)으로 천거하여 임명해 주십시오. 왕이 세상을 떠나면 이원은 틀림없이 먼저 궁궐로 들어올 것이니, 제가 당신을 위해 그를 죽이겠습니다. 이것이 뜻밖의 인물입니다."

그러자 춘신군이 말했다. "그대는 그만두시오. 이원은 나약한 사람이고, 나와는 매우 가까운 사이오.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소?"

주영은 자신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곧바로 달아나버렸다. 그로부터 17일 뒤에 왕이 죽었다. 과연 이원은 먼저 궁궐로 들어가 병사들을 棘門(극문) 안쪽에 숨겨 두었다.

춘신군이 뒤늦게 극문으로 들어서자 병사들이 뛰쳐나와 춘신군을 에워싸고 죽인 뒤 그 머리를 극문 밖으로 내던졌다. 곧이어 관원들을 보내 춘신군의 일족을 모조리 죽였다.

이원의 누이가 낳은 아들이 마침내 왕위에 올랐으니, 초나라 幽王(유왕)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