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11> 內德

bindol 2021. 6. 3. 05:14

안 내(入-2)덕 덕(彳-12)

 

 

/사마천은 춘신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춘신군이 秦(진)나라 昭王(소왕)을 설득하고 몸을 던져 초나라 태자(나중에 고열왕이 되었다)를 돌아오게 할 때는 얼마나 지혜로웠던가! 그런데 끝에 이원에게 당한 것은 늙어서 사리 판단이 어두워진 탓이리라."

참으로 처음에는 지혜로웠다가 나중에 어두워진 것일까? 사실 춘신군도 처음부터 높은 지위에 있지 않았다. 다행히 주영이 말한 '바라지 않던 복'이 있어 진나라에서 태자를 구해올 수 있었고, 태자가 왕위에 오르면서 '바란 적 없는' 재상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재상이 된 것이 그 자신의 덕보다 복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데에 있다. 아무리 영웅호걸은 호색이라 하더라도 춘신군은 영웅호걸이 아니라 운 좋은 재상일 뿐이었다. 이원의 누이에게 미혹되어 총애한 것이나, 오래도록 권력을 누리기 위해 총애하던 여인을 바친 일이나 모두 덕이 없는 행위였다.

군주를 위하는 참된 마음이 없고, 진나라의 위세에 억눌려 있는 초나라를 강성하게 해서 나라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의지도 약하며, 백성을 위한 정치를 베푸는 데에 마음을 쓰지 않았으니, 그 지위와 권세에 걸맞은 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했으니, 소인배의 말은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충성스런 주영의 말은 하찮게 여겼던 것이 아니겠는가.

'관자'의 '心術 下(심술 하)'에서 이렇게 말했다. "形不正者, 德不來; 中不精者, 心不治. 正形飾德, 萬物畢得. 翼然自來, 神莫知其極. 昭知天下, 通于四極. 是故曰: '無以物亂官, 毋以官亂心,' 此之謂內德."(형부정자, 덕불래; 중부정자, 심불치. 정형식덕, 만물필득. 익연자래, 신막지기극. 소지천하, 통우사극. 시고왈: '무이물란관, 무이관란심.' 차지위내덕.)

"몸이 바르지 않으면 덕이 찾아오지 않고, 마음속이 정성스럽지 않으면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는다. 몸을 바르게 하고 덕을 닦아야 온갖 것들과 잘 맞는다. 새가 날개를 펴서 날아오는 것처럼 그 신묘함의 끝은 알 수 없다. 천하를 환히 안다면, 사방의 끝에도 통달한다. 이런 까닭에 '사물로 감각기관을 어지럽히지 말고, 감각기관으로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라'고 말하니, '안에 쌓인 덕'이다."

춘신군은 밝혀야 할 덕은 밝히지 않고 권력을 밝혔기 때문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晉(진)나라의 보배를 탐내어 괵나라로 가는 길을 빌려주었다가 나라를 망친 우공 또한 덕을 밝히지 않고 재물을 밝히다가 망국의 군주가 되었다. '대학'에서 밝은 덕을 스스로 밝히라고 한 까닭이 여기 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