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49> 法令所以導民

bindol 2021. 6. 4. 06:02

법 법(水-5)명령 령(人-3)바 소(戶-4)써 이(人-3)이끌 도(寸-13)백성 민(氏-1)

 

초나라 백성들은 수레바퀴를 낮추는 것을 좋아했다. 왕은 이것이 말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여 법령을 내려서 높이려고 했다. 그러자 재상 손숙오가 말했다.

"법령을 자주 내리면 백성들이 무얼 따라야 할지 모르게 되니, 좋지 않습니다. 왕께서 반드시 수레를 높이려 하신다면, 마을마다 문지방을 높이라고 하십시오. 수레를 타는 사람은 모두 군자(귀족)고, 군자는 자주 수레에서 내릴 수 없습니다."

왕은 이를 허락했다. 반년이 지나자 백성들이 모두 스스로 수레를 높였다.

손숙오는 법령이 통치에 긴요한 것이지만, 자주 내리거나 바꾸는 것은 백성들의 생활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법령은 백성의 삶을 유익하고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군주가 자기 마음대로 다스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 셈이다. 행정을 맡는 관료나 법을 집행하는 관리가 간과해서 안 될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관료주의'라는 말은 비판적인 용어다. 관리들이 업무 처리를 지연시키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관리들끼리 알력과 갈등을 일으켜 정책 방향에 혼선을 일으키거나, 통제력을 집중시킴으로써 결정권을 중앙에서 독점하거나, 규칙과 관행을 경직되게 운영하거나, 자원을 무책임하게 낭비하거나, 업무 성격에 비추어 인력 규모를 과다하게 보유하는 타성에 젖거나 하면서 주어진 권한과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데서 비롯된 행태를 이른다. 이런 관료주의 행태가 횡행하면 어떠한 법령이나 제도도 결코 백성이나 시민을 위해 구실 하지 못한다.

왕이 통치하는 체제에서는 당연히 법령이 군주의 입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 법령은 백성을 위한 것이어야지, 군주 한 사람 또는 관리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만약에 군주가 함부로 명령을 내리고 법령을 고친다면, 또 관리들이 멋대로 법을 집행한다면, 법치는 무너진다. 사마천은 <순리열전> 서두에서 말했다.

"法令所以導民也, 刑罰所以禁姦也. 文武不備, 良民懼然身修者, 官未曾亂也. 奉職循理, 亦可以爲治, 何必威嚴哉?"(법령소이도민야, 형벌소이금간야. 문무불비, 양민구연신수자, 관미증란야. 봉직순리, 역가이위치, 하필위엄재?)

"법령은 백성을 이끄는 수단이고, 형벌은 간사한 짓을 막는 토대다. 문무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데도 선량한 백성이 두려워하며 몸을 닦는 것은 관리가 함부로 법을 집행하지 않아서다. 직분을 다하고 순리대로 한다면 다스릴 수 있는데, 꼭 위엄을 내세울 필요가 있겠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