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74> 不踰矩

bindol 2021. 6. 5. 05:14

아닐 불(一-3)넘을 유(足-9)법도 구(矢-5)

 

만약 나뭇등걸이나 차가운 바위 따위처럼 된다면, 붓다가 말한 ‘慈悲心(자비심)’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이처럼 자신의 지향이나 목표에 지나치게 매몰될 때면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사실이나 물음조차 간과하기 쉽다. 이 또한 그 마음이 치우쳐 있어서 비롯된 일이다. 이른바 讀書人(독서인)이나 修行者(수행자)를 비롯한 모든 지식인들 또는 권력을 붙좇는 정치가들이 곧잘 저지르는 오류가 이런 데에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유용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독서를 하거나 수행을 하거나 정치를 하기로 마음먹고서는 無心(무심)한 것을 예사로 여기거나 無感情(무감정)을 능사로 여긴다. 이는 ‘初心(초심)’을 잃고 ‘本心(본심)’을 놓친 탓인데, 자신이 그 일을 하게 된 까닭을 잊고 자신은 남과 달리 고상하고 고매한 존재인 양 자부하는 마음이 깊어진 데서 비롯되었다. 지고한 경지나 높은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이 곧잘 저지르는 허물은 누구나 가지는 자연스런 마음이나 감정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뜻한 바를 이루리라는 錯覺(착각)에 빠지는 일이다.

‘파자분암’의 승려는 그런 착각을 착각이 아닌 正覺(정각)이라 여겼다. 그랬기 때문에 무감정을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속물로 전락해버렸다.

그런데 무심이나 무감정은 굳이 20년이나 수행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알맞은 마음을 지니거나 상황에 맞게 감정을 표현하고 어우러지는 것, 그것이 여간해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다. 공자도 일흔이 되어서야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도 이치에 어긋나지 않은” ‘從心所欲不踰矩(종심소욕불유구)’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고 하니,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요컨대 사람에게는 마음이나 감정이 치우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자연스러운 마음이나 감정이 사람들 사이에 갖가지 분란과 분쟁을 일으키는 씨앗이 된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은 본래 욕망이나 욕구를 채우려는 쪽으로 나아가려 하기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