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76> 親愛而辟

bindol 2021. 6. 5. 05:17

가까이할 친(見-9)아낄 애(心-9)어조사 이(而-0)치우칠 벽(辛-6)

 

‘순자’ ‘예론’에 나온다. “예의란 길러주는 것이다. 소나 돼지, 벼나 수수 따위 다섯 가지 맛이 어우러진 것들은 입을 길러주고, 산초와 난초 따위 향기로운 것들은 코를 길러주며, 쪼고 새긴 구슬이나 물건, 아름다운 의복 따위는 눈을 길러주고, 종과 북, 피리와 경쇠, 거문고와 비파, 젓대와 생황 따위는 귀를 길러주며, 너른 방과 화려한 집, 돗자리와 침상, 안석과 방석 따위는 몸을 길러준다. 그러므로 예의란 길러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는 정치 또는 통치의 관점에서 예의를 말한 것이지만, 곱씹어보면 개인의 생활이나 수행에도 적용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예의를 통해 몸을 닦아서 덕을 기르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럴 때 예의는 개인이 주체적으로 또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체득해야 하는 실마리 구실을 한다.

정치를 하려면 예의를 통해 몸을 닦고 덕성을 길러야 한다. 덕성을 기르지 않으면, 공명정대한 마음을 지니기 어렵다. 공명정대하지 못하면 마음이나 감정이 한쪽으로 치우친다. 치우치게 되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그릇된 선택을 하여 일을 그르치거나 자신을 망치게 된다. 심하면 집안이 무너지고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노나라 숙손표가 총애하는 자의 말만 믿고 자식들을 죽인 일에서는 치우침이 집안을 무너뜨린 것을 볼 수 있고, 진(晉)나라 헌공이 여희를 총애하여 참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고 끝내 태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일에서는 나라가 어지러워진 것을 볼 수 있다. “人之其所親愛而辟焉”(인지기소친애이벽언) 곧 “가까이 여기거나 아끼는 데서 치우친다”는 말은 이를 가리킨다.

그러면, “之其所賤惡而辟焉”(지기소천오이벽언) 곧 “하찮게 여기고 미워하는 데서 치우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누군가를 하찮게 여기는 것은 오만한 마음이 있어서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더라도 오만한 마음을 가지면, 남을 과소평가하며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 다투거나 싸우게 되었을 때, 더 이상 자신이나 상대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알아야 할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치우침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