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라 뽑을 취(又-6)남 인(人-0)써 이(人-3)자기 기(己-0)
자공은 儒者(유자)이면서 상인이다. 학문하면서 장사를 하여 거부가 되었는데, 부유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했다.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 ‘사기’ ‘공자세가’를 보면, 공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 제자들이 함께 삼년상을 치렀는데, 자공만은 무덤 옆에 廬幕(여막)을 짓고 6년을 더 지켰다고 한다. 그가 스승을 얼마나 존경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니 스승의 가르침을 허투루 듣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자공은 부유했으므로 가난한 친척들이나 곤궁한 이웃들이 적지 않게 찾아왔을 것이다. 그렇게 찾아온 사람들은 자공에게서 곡식 한 톨이라도 더 얻으려고 굽실거렸을 것이고, 그런 모습을 보며 자공도 처음에는 제법 으스댔을 것이다. 때로 굽실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그런 때에는 적이 놀라며 탄복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으스대는 것이 결코 군자다운 처신이 아님을 깨달았을 것이다.
자공이 으스대지 않게 된 것은 자신도 가난하거나 재물을 잃게 되면 어떠할까, 자신에게 알랑거리는 사람도 부유해지면 어떠할까 따위를 깊이 헤아리면서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의 심리와 언행에 대해 깨달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에게 알랑거리면서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자신에게 으스대는 자를 보고서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자공은 남이 자신에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으스댐)을 하지 않게 되면서 가난한 사람의 처지와 심정까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남이 나에게 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을 내가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 恕(서)인데, 마찬가지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마음도 서다. 이런 마음을 잘 확충하여 백성을 다스리는 데에 쓰면, 어진 정치가 이루어진다. ‘관자’의 ‘版法解(판법해)’에 나온다.
“治之本二: 一曰人, 二曰事. 人欲必用, 事欲必工. 人有逆順, 事有稱量. 人心逆則人不用, 失稱量則事不工. 事不工則傷, 人不用則怨. 故曰: ‘取人以己, 成事以質.’”(치지본이: 일왈인, 이왈사. 인욕필용, 사욕필공. 인유역순, 사유칭량. 인심역즉인불용, 실칭량즉사불공. 사불공즉상, 인불용즉원. 고왈: ‘취인이기, 성사이질.’)
고전학자
'정천구의 대학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31> 民具爾瞻 (0) | 2021.06.06 |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30> 稱量度恕 (0) | 2021.06.06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28> 己所不欲 (0) | 2021.06.06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27> 所惡毋以 (0) | 2021.06.06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26> 福祉와 成長 (0) | 2021.06.06 |